언젠간 다시 빛날 그날을 기다리며
2020년을 맞기 전까지, 나에게 12월은 왠지 모르게 설레는 달이었다. 길거리마다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퍼졌고 속속이 발표되는 신곡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곤 했다.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멜로디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던 겨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꽁꽁 싸맨 차림으로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해가 바뀌기 전에 만나서 회포를 푼답시고 삼삼오오 모이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고 싶은 이를 불러내기에 딱 적당한 핑계거리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만나자’며, 입버릇처럼 내뱉던 ‘밥먹자’는 약속을 지킬 타이밍으로 재고 연말약속을 잡곤 했다.
해가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 만큼 움츠러들게 되는 겨울. 이제 그런 헛헛한 기분을 달랠 낭만은 사라졌다. 고된 마음을 지인과의 우스운 농담에 날려 보내는 일도 사치가 되어 버렸다. 약속을 잡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하게 되었고 오늘의 신규 확진자는 몇 명인가 하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게 일상이 되었다. 뭘 하는데 두려움이 앞서다 보니, 어쩌면 변명일 수 있지만, 뭘 하고 싶다는 욕망마저 거세되었다. 전에는 비록 추위에 움츠러들었어도 활동 반경이 그 때문에 좁아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 작은 욕심이 연쇄적 불안을 낳을까 걱정된다.
그럼에도 삶은 지속된다. 그래서 올해는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샀다.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 LED 불빛에 없는 노란 전구의 은은한 빛을 좋아한다. 거리를 수놓는 작은 별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반짝이는 불빛을 쳐다보느라 잠시 걸음을 멈추곤 한다. 해가 떨어져도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런 작은 불빛은 나의 작은 기쁨이다. 올해는 행사도 없고 축제 분위기도 없지만 그럼에도 몇몇 건물엔 어김없이 트리와 전구가 장식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렜다.
저녁 먹고 부른 배를 꺼뜨리려 나선 산책길에도 우연히 마주쳤다. 어느 가정집 복도에 장식된 예쁜 불빛. 그리고 아무도 이제 출입하지 않아 온통 어두운 어느 성당 앞의 마리아상.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어두운 현실에서 고고히 빛나는 빛은 얼어붙은 가슴에 작은 위로가 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