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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Nov 04. 2022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

소신있는 태도는 유지하기가 어렵고 또 어렵다

지금이 기회야


  한창 뜨거웠던 주식과 코인 열풍이 조금 가라앉았다. 수익이 생기기는커녕 투자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전에 비해 식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자산가격에 끼었던 거품도 꺼지기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투자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고점에서 물려 마음이 쓰라리지만 언젠가 다시 오를 거라고 생각하며 '존버' 중인 사람들이 꽤 많다. 몸을 굴려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몇 번의 터치로 얻게 되는 이익이 더 쉽고 더 크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근로소득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욱더 미래를 위한 투자공부를 놓지 않는다.


  내 옆자리 선배님도 종종 차트를 들여다보면서 내게도 지금이 기회라며 들어올 것을 권유하고 있다. 사실 1년 전의 나는 엄청난 팔랑귀라 남들의 말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렸다. 이걸 사면 좀 괜찮을까 저걸 사면 좀 괜찮을까. 몇 천만원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몇 백만원 안되는 돈을 들고서 갈팡질팡 했었다. 사회생활 5년차라고는 하지만 적은 월급에 그만한 금액도 꽤 거금을 들인 투자였다. 쓰거나 모아두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었던 내게 '금융 투자'는 신문물이었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새도 없이 사람들이 '지금이야'하는 말에 어쩔 줄을 모르고 넣었다 뺐다는 반복했다. 그리고 그 때 내게 남은 것은 마이너스의 수익률이었다.


남들이 웃을 때 울어본 자로서
주관이 있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https://sakhashree.com/best-way-to-shed-off-worries-in-life/


여전히 사람들은 성공을 꿈꾸고 실패를 거듭한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걸 살걸' 또는 '이걸 팔지 말걸' 하는 후회를 한다. 그 땐 미처 몰랐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또 다른 기회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성공을 바라지만 생각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명 이렇게 하는 게 이득일 것 같아 선택했는데 어쩐 일인지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사고 나니 가치가 떨어졌다든지 팔고 나니 가치가 올랐다든지 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런 경험담을 들으면 아무리 셈한다고 해도 예측이 맞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 또한 지금이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매몰될 때가 많다. 하지만 현재의 내 소득수준이나 미래에 필요한 자금 등을 고려할 때 당장 투자에 올인하기엔 불안하다. 또 차트의 등락에 온 신경을 쏟자니 앞으로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지금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언젠간'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물론 나보다 어린 나이에 더 큰 돈을 저축하고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과감히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많다. 유투브에서 그런 사람들을 마주칠 때면 마치 삶에 정해진 답이라도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오답인생을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에 시달리면 순식간에 자존감은 떨어지고 현재의 삶에서 충족감을 느끼기보단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 아니면 얻을 수 없는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젊은 나이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파이어족'의 삶 그리고 보다 많은 수익창출을 위해 부업 꾸리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내가 또 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수십 번 들곤 하지만, 그건 '나다운 삶'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지금 당장 업무가 아닌 다른 데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해내는 것마으로도 충분한 내 몫을 하고 있다고, 당장 기회를 잡겠다고 발버둥쳐도 내 운이 좋을지는 알 수 없는 거라고. 지금의 나로서는 틀린 선택지가 아닐 거라고.


wikihow


먼 미래의 나 자신은 과연 답을 알고 있을까.


  좀 더 나이가 들면 삶의 방향을 잘 캐치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고민과 불안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한편 또 다른 걱정거리에 잠식되어 있을 수도 있다. 언제나 생각대로 되지 않고 기대 이상 또는 그 이하인 게 삶이다 보니. 지금의 선택과 결정을 훗날 후회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줏대있는 삶을 살고 싶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도 꼿꼿이 제 자리를 지키는 작은 풀떼기로 남아 있고 싶다.


작지만 쓰러지지 않는 풀포기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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