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된 작은 글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by 흔한여신
지금 어떤 일을 당한다면 자책하지 말라. 그건 내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지금 힘이 약하고 만만해서 당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나을 거다. - 김영하 작가


우울감이 시시때때로 찾아온다.


별일 없이 흘러가는 삶이 다행스럽다 생각한 적도 많지만, 대체로는 못 견딜 만큼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감염으로 잠시 일상이 멈췄을 때만 해도 앞으로는 평범한 일상에 큰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돌아오니 지겹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어떤 걸 하면 좀 재미있을까 하는 고민을 줄곧 해왔는데 지금까지 완벽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회사 밖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려는 시도가 나쁘진 않았으나, 회사 안에서의 성취감과 동기부여가 없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우울함은 도돌이표처럼 항상 반복됐다.


마음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나의 노력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몇 해 전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꼭 일하면서 인정을 다 받아야 하느냐고. 한창 의욕에 불타서 열심히 일할 때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이후 깨달았다. 아등바등한다고 해서 나의 행동이 모두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각인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뒤로 오랜 시간 무기력함에 빠져 살아왔다. 열심히 하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이제는 사라진 열정 대신 책임감과 의무감만이 남아 있다. 그래서 꾸역꾸역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보낸다. 과연 '존버'는 승리할 수 있을까.


마음이 공허해진 뒤로는 사람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졌다. 미소가 조금도 지어지지 않는데 억지로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게 힘에 부친다. 하지만 주변에 크게 내색할 수 없으니 바쁜 척, 일에 매달리는 척을 하며 괜히 사람들과의 사이에 작은 벽을 세워두었다. 어둡고 불안한 마음이 나라는 울타리 밖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나의 울타리를 넘어와 힘든 마음을 흔들어놓지 못하도록 견고한 벽을 세워두었다.


https://www.seattleschild.com/feeling-gloomy-tips-for-coping-with-sad/


심금을 울리는 글이 있었다.


사내 게시판에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빛나는 일을 하시는 전국의 선생님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기심이 일어 내용을 읽어보게 되었는데 몇 줄 읽다 말고 울컥함이 치밀어 올랐다. 긴 내용은 아니었으나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을 들쑤셨다. 보상받지 못하는 나의 노력과 성실함이 과연 쓸모가 있는가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힌 나에게 더 없이 위로가 된 글이었다.


누군가는 전화기 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긴장이 흐르는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대신 멱살을 잡히고 밀침 당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하루 2시간이 넘게 걸려 직장을 다니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집요한 특이민원의 연락으로 고통받을 것입니다.

여러 기관들을 돌아다닌 끝에 알았습니다. 하나의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한지를. 그리고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빛나는 일을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요.

제가 근무한 지는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그 동안 수많은 희생과 노고를 펼치시는 귀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채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며 이런 글을 남긴 이가 누구일지 나는 너무 궁금해졌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난로같은 글. 이 문장들로 위로를 받고 힘들었던 하루의 나를 토닥여본다. 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면 좋겠는데,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걱정이다.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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