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루를 담다,
사람이 온기가 그리운, 글 쓰고 싶은 밤이다.
때때로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해가 진 뒤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 수가 많지 않다. 물론 내가 사람들이 주로 걷고 뛰는 코스를 비껴간 탓도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살 때만 해도 어딜가나 북적이던 사람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넓은 도로를 쌩하니 달리는 수 대의 자동차들 그리고 빽빽이 심어져 있는 나무들. 그 사이를 걷고 있으면 고요해지는 기분이긴 하나 자못 외롭다는 기분 또한 든다. 서울에서 살던 시절엔 그토록 사람들 없는 조용한 거리를 걷고 싶어했으면서 막상 혼자 어두운 밤길을 걸으니 무섭기만 하다. 혼자가 되면 남의 간섭으로부터 멀어지니 편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외로움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맞이했다.
그래서 문득 글이 쓰고 싶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외로움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치다 잠잠해지길 반복한다. 때론 서로 다른 색의 감정들이 섞여 순간 벅차오를 때가 있다. 환희에 젖어 감격한 순간이 아니라 불안감에 짓눌려 마음이 크게 동요한 순간인 거다. 모두에게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그렇다. 가끔 온갖 걱정으로 뒤엉켜 있는 날에 혹은 긴장과 우울에 잠식된 날에 가슴이 벅차오르게 된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글이 너무 쓰고 싶어진다.
글은 내게 그런 존재다.
불안함을 스스로 달래기 위한 묘약.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점점 뚜렷해짐을 느낀다.
남들이 저마다의 '개인의 취향'을 이야기 할 때 나는 종종 할말을 잃곤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는 명확했지만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이걸 왜 좋아하는지 또 이걸 왜 싫어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수차례 고민해봤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떤 게 내게 어울리는지 어떤 방향이 내게 맞는지를 깨닫게 됐다. 그 동안 정답을 찾아 헤매며 문제를 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덕분이다. 20대의 나는 분명 젊고 생동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을 거다. 하지만 때때로 어리숙하고 몸에 꼭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다행히 지금은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꽤 잘 찾는다.
어릴 때만 해도 자신만의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못내 부럽기만 했는데 이제는 당당히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관심있고 그 이유는 무엇이다 이야기 할 수 있으니 왠지 뿌듯하다. 더욱이 나와 어울리는 것들이 뭔지를 알고 나니 어떻게 나 자신을 꾸밀지도 잘 알게 됐다. 성공과 실패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인 끝에 진짜 내 자신을 발견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는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나에 대해선 잘 알게 되었지만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답이 없는 것 또한 매한가지다. 그 답은 또 언제쯤 찾게 될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시 나는 휘둘리고 흔들리고 망가졌다가 또 그 역경을 극복해 내겠지.
삶의 파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