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에 미안해질 때

3월에 다시 쓰는 반성문

by 지성파파

불안하게 시작되는 3월이다. 다시금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하루에 미안한 날들이 많다. 과연 나는 오늘 하루를 잘 살고 있을까?... 잘 살아왔을까?

물리적으로나 관념적으로는 과거, 현재와 미래가 존재할 것이지만, 내 몸은 늘 현재인 오늘에 머무른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오늘 하루밖에 없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이 하루를 소홀히 대하고 그냥 그렇게 흘려보내고 만다. 그저 무한의 세계로부터 주어진 시간으로 생각하거나 계속 채워지는 요술상자로 착각하거나....


우리의 하루는 월급통장에 입금되는 현금보다 더 빠르게 우리의 곁을 지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급여가 지급되는 그 하루를 "월급날"로만 기억하고 다른 시간으로는 기억하지 못한다. 월급날을 제외한 나머지 29일은 "한 달"이라는 통칭의 한 부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시간은 돈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고 만다.


우리 대부분은.... 통장 속 수치상의 금액이 카드 결제액으로 "순삭"(순간 삭제)되는 것은 안타까워하면서도 더 중요한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덜 안타까워한다. 그 이유는 뭘까?


이렇게 무기력하게 보내지거나 버려지는 우리의 "하루"를 따져본다.



무계획한 하루

24시간을 모두 계획적으로 살 수는 없다. 시간계획을 잘하는 누군가는 깨어있는 시간의 일부를 뭔가를 위해 타임 스케줄을 만든다. 한때 유명했던 시간관리의 대명사인 프랭클린 플래너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의 일정표를 활용해서 나름 계획을 한다. 하지만 이는 극히 소수의 얘기일 수도 있다. 대부분은 그냥 삼시세끼 사이에 어떤 것을 처리하는데 의미를 두고 큰 틀의 시간표만 짜여 있고 있거나 아무런 계획 없는 "닥치는 대로"의 시간을 보내고야 만다. 무계획한 하루는 무용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아쉬움만 남는 하루

잠들기 직전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는 만족감만큼 큰 행복을 주는 것도 없다. 일이나 공부 등 성취감에서 오는 것이든 감정이나 애정에 기반한 감성적인 부분에 기인한 것이든 간에. 반면 낮과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떠한 순간이 의미 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 하루도 많다. 그런 하루는 불편하고 공허하다. 잠자리에서 우리의 행복지수는 수직 낙하한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하루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얘기다. 설사 그런 삶이 가능하더라도 아주 피곤한 삶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보다 중요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하루를 보내며 최선을 다해야 할 그런 타이밍에 그러지 못했거나 그럴 수 있는 기회마저도 놓쳤을 때는 우리의 짜증지수는 한계를 모른다. 특히 계획이 없는 하루에는 어떤 순간이 중요한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요원할 수 있다.


후회하고 변명하다 가버린 하루

후회는 늘 늦게 오고 변명은 항상 한 박자 빠르게 온다. 하루라는 시간을 짜임새 있게 사용하거나 아쉬움이 없게 최선을 다해 살았다면 후회나 변명은 없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회피하는 삶으로 인해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후회를 습관처럼 내뱉는 하루도 많다. 심지어는 늘 어제나 과거의 일만 떠올리며 자책하며 보내는 하루도 있다. 어쩌면 그런 시간에 어제의 과오를 만회할 기회마저 그냥 지나간다면 그것 또한 용서하기 힘든 일이다.


오늘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한 하루

시간은 저축하거나 지나간 것을 다시 불러올 수도 없다. 아무리 일기를 차곡차곡 써봐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그 과거를 다시 소환할 수 없다. 그것은 미래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모든 시간은 즉시적이며 찰나에 지나간다. 때문에 머무른 시간 속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얻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오늘의 모든 시간을 내일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존재하지 않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써버리게 되면 현재의 행복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 계속 반복되는 도구적인 오늘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는 지금 보내고 있는 하루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질까? 언제쯤이면 변명과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을까?


여러 해를 살아오며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촌음을 아껴 알뜰한 시간을 보낼 결심을 수백 번은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하루에 대한 반성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내 스스로가 의지박약한 인간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너무나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보내는 오늘은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일 것이고, 어제 세상을 떠난 누군가가 가장 소망하는 내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하루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간다. 그게 소소한 개인의 일상이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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