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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May 18. 2021

오월의 붉은 아카시아꽃

오월의 붉은 아카시아꽃


어머니

돌아누운 어머니

저기, 저 꽃은 장미일까요

저 산 밑에 소나무 사이에 뿌려진

하얗게 붉어진 점들은

누가 심어둔 꽃일까요

그토록 흐드러지던 아카시아는

작년에도 오월을 알려주던 전령이건만

올해 붉어진 연고는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이 봄날에 변고가 있을 턱이 있나요

인간들이 살아가는 이땅에 그런 일이 있을 리가요     


어머니

들으셨지요

당신의 아들 소식을

5월의 어느 하루, 꽃들이 모두 피어나던 날

이른 철들어 밥벌이 하겠노라던

당신의 막둥이 소식을

금남로 어느 구석 태극기 아래 놓인 아들을

그때부터 오월이면 붉은 비가 내린다고

어머니는 말하셨지요

이제 아카시아꽃은 다 피었다고

내 생에 저 작은 종같은 흰 꽃무리는 볼 수 없을 거라고

막내가 뛰놀던 뒷동산에

허망하게 마른 울음을 삼키셨죠     


어머니

막둥이 소식을 들으셨나요

문방구집 둘째 아들도 여태 돌아오지 않았고

연극하던 쌀집 딸은 반병신으로 돌아왔다는데

저 붉은 꽃에서 어찌 아카시아 향이 난단 말입니까

이제는 향기마저 붉어집니다

검게 타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이제는 돌아누우시지요

뒷동산에 노닐던 아이들의 손을 잡아야지요

흑백사진으로 살아간 그들에게 순결한 향기를 보여주셔야죠

그들의 넋이 뿌려진 푸른 산야에

다시 하얗게 피어나는 저 아카시아꽃의 군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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