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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Dec 01. 2022

성공적인 주말부부를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을까?

혹자들은 "주말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전생에 3대가 덕을 쌓거나 나라를 구했어야 한다". 고 말한다. 부부나 가족이 떨어져 사는 게 그만큼 복되고 축하할만한 일일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맥락에는 "주말부부 이전에 좋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가 아니었어야 한다."는 묘한 전제가 숨어있다. 사이좋은 부부나 가족이 주말부부로 얻어야 할 장점은 적을 테니까.


또 하나는 "주말부부로 인해 얻는 이익(장점)이 있어야 한다."도 들어 다. 어쩌다 보니 부부 사이가 좋아지거나 가족의 화목도가 높아질 거라는 예상이다. 접촉이 적다 보니 갈등이 덜하고 대화빈도가 줄어드니 분쟁의 소지가 사라진다는 거다.


현실 속의 주말부부의 얘기들어보면... 주말부부의 만족도에 대한 평가는 절반은 모호하나머지 절반은 부정적이다. 긍정적인 표현은 실제 주말부부로 인해 사이가 좋아졌다기보다는 떨어져 사는 개인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정도에 머무른다. 개인의 취미활동을 극대화하거나 육아부담에서 해방된 일방의 만족도는 당연히 높아진다. 


주위에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근무 지인들이 많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 주말 가족이 많다. 실제로는 주말 가족이 아닌 월말 가족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주말 가족으로 지내다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출퇴근을 감행하고 있는 후배의 말이다.(이 후배는 샛별 보고 집을 나서고 다시 별밤에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함께 근무하는 국 과장들이나 직원들 중 상당수가 세종시에 숙소를 잡고 생활하지만. 매주 서울 집으로 올라오는 빈도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죠. 서울 가족들의 반응도 그렇고 떨어져 살다 보니 가족애나 이런 감정도 썰렁해지고요... 처음에는 살짝 애틋한 감정도 있었는데, 그것도 일 년 이년 시간이 지나다 보니 결국에는 메마른 감정만 남아있는 거죠. 그렇다고 애들 교육환경상 가족 전부가 세종시로 이사할 수도 없구요. 혼자 지내는 직원들은 거의다 골프연습장이나 술집에서 만나죠...."


제아무리 떨어져 사는 가족의 장점이 있을지라도 완전체가 되지 못하는 가족공동체의 한계는 분명하다.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를 피할 수 없다면 이 정도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되지 않을까.


1. 자녀들에 관한 조건

자녀가 없거나 수가 가능한 한 적어야 한다. 아니면 부모의 부담이 적은 성년이어야 한다. 육아부담이 강하거나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가족은 성공적인 주말부부가 되기 어렵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생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독박 육아의 부담이 한쪽에 남아있어 더 그렇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자녀가 없거나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야 바람직한 조건이 될 수 있다.


2. 부부관계의 조건

역설적이지만, 부부간이나 가족 간 친밀도가 생각보다 낮아야 한다. 애당초 부부 사이가 좋거나 가족 간의 친밀도가 높다면 주말부부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함께 살아도 얼마든지 문제가 없는데, 굳이 분리되고 나서야 없는 정이 새롭게 솟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애정 친밀도가 낮아진 가족들 사이에서는 시공간의 문제가 마술 같은 복원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겠다.


3. 독립성의 조건

서로가 상대방의 경제적, 심리적 독립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들 간 상호 의존성이 강할수록 떨어져 사는 것은 힘들다. 분리되어 있을수록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경제적 의존도가 일방적인 기러기 가족이 대부분 실패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결국은 심리적 의존도가 낮고 독자적인 생활 능력이 강할 때 주말부부가 장애사유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추는 것이 쉬울까?




주위를 돌아보면, 수많은 가족이 적어도 몇 개월에서 수년간에 이르기까지 주말부부나 주말 가족을 감수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경구가 하나 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이러한 진실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증명된다. 누구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접촉과 대화가 없다면 모든 것은 멀어져 간다. 아무리 친밀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비접촉의 시간이 흘러가다 보면 봉합하기 힘든 틈새가 생긴다. 코로나 시국에 정리된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라!


소위 기러기 가족이나 분리된 가족이 행복했다는 소문은 없다. 들리는 것은 비극과 부정적인 소식들뿐. 비약이긴 하지만, 주말 가족 또한 이 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회복된 가족의 정이 긍정적인 평가로 귀결된 것이 주말부부에 대해 만들어진 환상이다. 일시적인 분리로 인한 착시나 보상심리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병헌과 공효진이 주연이었던 <싱글라이더>는 기러기 가족의 비극에 관한 얘기다. 기러기 아빠의 고통과 분리 가족의 문제를 담담하게 다루고 있지만,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남편의 자살로 귀결되는 이영화에서의 비극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아 보인다. 영화에서는 비극을 일종의 고스트 판타지로 극화시켰지만, 우리의 현실은 판타지 없는 고통만 남을 수도 있겠다. (싱글라이더는 너무도 당연하게 눈물을 남겨주었다.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낸다.)


가능하다면 주말부부나 주말가족을 시도하지 않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간에 그쳐야 현명할 것이다. 주말부부의 성공을 꿈꾸기보다는 현실 속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오히려 급선무다. 공간과 시간을 멀리해서 개선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음에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지 않을까.


"집안에 아이들이 없는 것은 지구에 태양이 없는 것과 같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이를 조금 수정해보면, "집안에 가족이 없는 것은 지구에 태양과 달이 없는 것과 같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빛과 위성이 없는 지구보다 더 삭막한 공간이 존재할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주말부부를 소망한다. 아마도 그 기간을 통해 건실한 가족관계의 회복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주말부부를 꿈꾸고 실행한 이들에게는 떨어져 있는 시간이 나름 갈등을 해결해주고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줄 수 있으므로...(우리 주위의 주말가족의 대부분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것이어서, 특별한 조건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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