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성파파 Dec 09. 2022

할머니의 반성, 아빠에게 육아 지혜를 주다

다시 한번 아이를 키운다면 말씀에...

출근하기 위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매일 만나는 분들이 있다.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엄마 아빠들. 학교에 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생들. 다양한 연령층의 귀한 존재들. 그중에서 할머니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가는 어린 친구들이 있었다. 할머니는 초등생을 배웅해주고 다시 유치원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그분들과 계속 만나다 보니 어느덧 대화친구가 되었다. 인사성 바른 어린 천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할머니는 세 아이를 키우는 딸을 위해 다시 전업맘(?)으로 출근 중이셨다. 사위는 새벽 출근, 딸은 한 시간 이상 거리를 출근하다 보니 아이들을 학교 보내기에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딸이 셋째를 낳았을 때 당신도 모르게 화를 냈다고 한다. 아이 둘도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무책임하게(?) 셋씩이나 낳느냐고.... 딸은 서운함에 울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지금은 딸 집에서 아이 세명을 양육 중이다.  


어느 날 퇴근 무렵 분리수거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말씀이다.

"나도 아이 셋을 낳아서 키웠는데.. 그때는 아이들이 이렇게 이쁘게 자라는 것도 몰랐고, 아이들한테 무언가 해줬을 때 느끼는 보람이 뭔지도 몰랐네요. 지금 손주들을 키우다 보니... 신경질 부리고 짜증 많았던 엄마의 시절을 반성하게 되네요. 사사건건 아이들 간섭하고, 공부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하고, 먹고사는 것에 힘들었는지 애들한테 함부로 하고....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때는 다른 부모님들도 비슷했던 거 같아요."


놀이터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시끌벅적 정겨웠다. 잠시 말씀이 중단되었지만, 아이들이 제각기 아파트 안으로 사라지자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손주들 셋을 키우면서 역시나 힘들지만, 우리 아이들 키울 때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해주면서도 마음 한쪽은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든답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 우리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지금 손주들한테 해주는 것처럼 해줄 텐데요... 아등바등 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호호호."


할머니는 당신이 어린아이들의 엄마일 때, 좀 더 아이들에게 살갑게 정겹게 해 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를 말하셨다. 생각해보니 우리 어머니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스무 살 갓 넘어 결혼을 하고 20대~30대에 아이 넷을 낳아 기르면서... 마음이 많이 거칠어지고 힘들었다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부모답지 못한 행동이나 말들을 많이들 했었노라고."



우리가 미래의 후회를 앞당겨 현재의 교훈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후회가 지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장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미션이다. 이게 가능하면 성인(聖人)이거나 시간여행자이다.


한 번뿐인 삶에서는 누구나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고, 그에는 반드시 후회가 뒤따른다. 부모가 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부모 역할을 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라서 나중에 많은 것들이 "후회와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다시 한번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책에서... 박혜란 할머니는 꼭 해보고 싶은 몇 가지를 말했다.

"친환경 먹거리로 정성껏 밥상을 차려주는 것, 

매일 자연을 접하게 해 주는 것, 

운동과 친해져 몸을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 

잠자리에서 옛날이야기를 질리도록 해주는 것."


모두 공감이 가는 얘기다. 물론 시대적 상황적 배경에 따라 이중 여러 가지를 실천해온 부모님들도 많을 것이다. 아마도 박 할머니의 사정은 도시라는 공간과 커리어우먼으로서 바빴던 과거를 전제하였을 것이다. 부모들의 삶과 사회적 배경이 다양한 만큼 일률적으로 그분들의 삶을 재단할 수는 없다. 각기 제각기 사정에 맞게끔 노력하고, 부족한 만큼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므로...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은 이런 점이다.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것이어서는 안 된다. 보다 간단하고 쉽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말뿐인 공허한 사랑, 애정 없는 관여, 어른스럽지 못한 언행들.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들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숙제하지 않았다고 너무 나무라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고, 게임과 놀이에 빠진 아이들의 마음도 보듬어주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손자를 키우는 할머니들의 반성과 후회에서, 지금의 엄마 아빠들은 육아에 관한 지혜를 얻는다.


생각해보면 많은 부모님들은 당시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못 다해준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남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할머니들이 다시 중학생 또래의 아이를 키운다면... 예전의 그 성격이 다시 나올 수도 있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성공적인 주말부부를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