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째_산토도밍고->벨라로다(23.0km)

카미노 데 산티아고

by 로카
예루살렘까지 6만km를 걸었다는..그리고 여전히 순례길 위에 살고 있는 호세 아저씨.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엄청 내린다. 일어나서 알베르게에 있는 채플에 들러 순례자의 십자가에 기도를 했다. 길 위의 모든 이들, 내 심장 속의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지켜달라고... 배낭을 챙겨 1층으로 내려가니 봉사자 안토니오가 신발이며 가방을 점검해준다. 앞서 출발한 친구들이 발이 아픈 친구니 나를 특별히 살펴주라고 부탁하고 갔다고 했다.


오늘은 다시 혼자 출발한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길. 나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1천 년 전부터 수 많은 순례자들이 지나간 길이기에... 아침에 출발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빗소리 때문에, 길 위에 나 혼자이기 때문에 신만이 들을 수 있다. 길을 걷다 멈춰 서서 우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나에게 들리던 원망의 음성이 이제는 너로 인해 행복해, 너로 인해 기뻐..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한다.


bar에 들어갔다가 Jose pellegrino(호세 순례자)를 만났다. 그분은 예루살렘을 거쳐 로마, 산티아고까지 총 60,000Km를 걸은 유명한 분이었다. 그분이 나온 신문스크랩을 보니 진짜인가 보다.

나는 물었다. 카미노에서 무엇을 알게 됐냐고. 그는 '마음의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마음의 자유... 내가 찾고 있었던 것 중 하나... 나도 카미노를 다 걸으면 그걸 얻을 수 있을까?


디아고가 나를 스쳐지나 감을 마지막으로 내 뒤에 순례자는 더 이상 없다. 외로웠고 혼자인 게 두려웠다. 그러나 카미노에서는 모두가 혼자이고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친구들과 길 위의 친구들을 생각했다. 그러니 혼자여서 행복했고, 나라서 감사했다. 나를 사랑하고 행복해하고 나에게 충분한 자유를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내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다른 그 무엇도 이보다 중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다짐했다. 그리고 내 몸이 너무 아프다면 나를 위해 언제든 버스를 탈 수 있다고... 내가 가장 소중하다고 13일 만에 처음으로 버스를 타서

순례길을 점프할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총 : 26.1 유로

1. 알베르게 10.0

2. 식비 및 간식 16.1

매거진의 이전글11일째_나헤라->산토도밍고(21.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