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오늘도 비바람이 몰아친다. 바람 때문에 우비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카미노 길 중에서 가장 기분이 안 좋은 날이다. 항상 좋을 수 없다며 이게 정상이라고 위로하며 걸어본다. 뒤쳐지는 나를 친구들이 기다린다. 나는 그냥 가라고 손짓한다. 결국 나는 중간 마을에 너무 늦게 도착해버려... 친구들을 찾지 못하고 혼자 bar에 들어갔다. 한참 지나니 친구들이 들어온다. 나를 찾으러 마을을 돌아다녔단다. 나는 신경질이 났다. 앞으로는 나를 절대 찾지 말라고... 그냥 내버려도라고... 카미노 위에서는 난 여자가 아니라 그냥 순례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신경질을 냈다. 오늘 나는 확실히 기분이 좋지가 않나 보다.
아직 800m 고지대에 있었고 오늘은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나는 친구들을 앞서 보내고 혼자 산을 올랐다. 산 정상까지 오르니 눈물이 왈칵 났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산 위에 서서 세찬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리고 눈물을 닦고, 그 기분을 그 곳에 던지고 다시 길을 떠났다.
울지 않으면 웃음의 소중함을 모르고, 비가 오지 않으면 햇살을 보고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울었고 나는 다시 웃음을 찾았다. 그런 내 모습이 모두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의 지난 모든 순간들이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준비되었던 건 아닐까... 아프지만 행복했다. 잠잠히 그리고 숙연하게...
오늘은 비바람이 너무 심해 계획했던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20Km에서 멈췄다. 알베르게(도미토리)가 있는 이테로 델라 베가까지 가야 했기 때문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숫자를 3천까지 세고서야 도착했다. 아무도 내 대신 걸어줄 수 없다. 그리고 내 짐을 들어줄 수도 없다. 기댈 수도 없다. 이 길은 나 혼자 걸어내야 하는 길이었다. 마치 인생처럼.. 각자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함께 걸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 기대서는 절대 갈 수 없는 삶이란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