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째_빌라카자->레디고스(22Km)

카미노 데 산티아고

by 로카
20130324 (1)_santiago de compostela.jpg 우연히 들러 미사를 드린 작은 마을의 성당

대부분 남녀 구분 없이 투숙하는 2층 침대로 이루어진 알베르게에서 밤새 많은 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 발 냄새, 더러운 이불은 참을 수 있었지만 (나는 여태껏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골이로 고생하는지는 몰랐다) 제발 샤워만은 따뜻한 물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 투숙한 알베르게에는 찬물만 나와 결국 아무도 머리를 감지도 샤워를 하지 못했다.

잠을 못 자 초췌한, 그리고 냄새나는 몸을 이끌고 오늘도 알베르게에서 마지막으로 마을을 출발했다. 오늘이 주일인데... 왠지 교회에 가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5Km를 걸어 중간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입구에 성당이 보였고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가니 미사가 진행 중이다. 꽉 찬 성당엔 모두 마을 주민들뿐...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나는 조용히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았다. 성당 뒤편에는 수녀님들이 앉아 찬송을 불러주셨다. 내가 카미노에서 지금까지 들어본 찬양 중 가장 아름다운 찬양이었다. 어떻게 내가 이 성당 미사에까지 참석할 수 있었지? 아무런 계획도 없었지만 너무나 특별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성찬식에 참여했고, 성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순례길에서 인도해달라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혜원선생님께서 '내가 부활의 감격을 경험하기 원한다'고 보내주신 메일도 생각했다. 이제 예수님의 부활까지 일주일 남았다. 갑자기 예배 중 옆자리의 할아버지가 예배에 가져온 자신의 올리브 가지 중 가장 작은 가지만 남겨둔 채 올리브 나뭇가지를 전부 나에게 주셨다.

성경에서 감람나무라고 말하는 올리브나무. 노아가 방주에서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날려 보낸 비둘기가 물고 온 올리브나뭇잎. 이스라엘 목자들이 지팡이로 만들 어쓰던 올리브 나뭇가지. 왕과 대제사장에게 기름 부을 때 사용한 것은 올리브기름. 갯세마네 동산에 있던 올리브나무.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4)

그래서인지 스페인 미사에는 많은 이들이 올리브 가지를 가져왔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너무 감사했고 또한 이 올리브 가지를 받은 것이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크루즈 데 페로(십자가 언덕)를 지날 때 이 올리브 가지를 함께 놓아두고 할아버지를 축복해드리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성당을 나오기 전 뒷자리의 수녀님들께 눈인사를 했다. 수녀님들이 미소를 지으며, 눈으로 나에게 부엔 카미노(좋은 순례길 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축복해주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카미노 위에서 나는
내가 마음을 열고 있다면 이 모든 순간이 의미 있음을
또 길 위의 모든 자연이 의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카미노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것도...
인생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총 : 12.7유로
1. 알베르게 6.0
2. 식비 및 간식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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