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로 가는 이정표인 노란 화살표와 순례자의 낡은 신발 한 켤레.
신발 주인이 걸었을 험난했을 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갔을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지금까지는 매일 아침 친구들과 오늘의 목적지가 어딘지 공유하고 길을 걸은 후 될 수 있는 한 같은 목적지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산티아고까지 열흘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아직 산티아고에 도착할 준비가 안된 나는 두렵고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어제부로 모든 친구들과 목적지를 공유하지 않고 완전히 헤어지기로 했다.
총 : 28.29 유로
1. 알베르게 12.0
2. 세탁 0.75
3. 식비 및 간식 15.54
비가 엄청 내린다. 하루 종일...
나는 친구들과 완전히 헤어졌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비바람을 헤치며 혼자 한참 순례길을 걷다가...이 길은 누구에게 의지해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각자 간격을 두고 걸어야 하는 길임을...그래야 모두가 잘 산티아고에 도착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마치 인생처럼...
길을 잃었다.
21Km에서 멈췄어야 하는데 비 때문에 마을을 지나쳤나 보다. 발은 너무 아프고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하는데 앞으로 12Km는 또 아무것도 없는 길이다. 지난 17Km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오도가도 못하는 평지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3시간... 4시간 계속 걷는데... 끝은 보이는 것 같은데, 끝이 없다. 그리고 순례자는 아무도 없다... 조금 전에 나를 지나친 자동차 한대가 멀찌감치서 되돌아 온다. 농부 아저씨들이 괜찮은 거냐고 차에 타라고... 걸어갈 수 없는 길이라고 한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저는 순례자예요... 걸어가야 해요... 갈 수 있어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렇게 버스를 탈까 고민하던 내가. 똥고집이 발동했던 걸까.
두려움과 싸우고 있는 나...
이렇게 걸어야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지금은 걸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을에 거의 도착할 즈음 비가 그치고, 먹구름이 하늘 변두리로 물러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햇빛이 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발의 고통도 마음의 아픔도 이제는 사라지고 싱그러운 풀밭과 따뜻한 햇살에 행복이 몰려온다. 어둠이 없이는 태양의 따뜻함을 느낄 수 없고 비가 내리지 않고는 대지의 청량함을 느낄 수가 없다. 때로는 생각보다 책 보다 더 많은 것을 육체와 자연이 알려줄 때가 있나 보다.
나는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것. 나는 이 사랑을 감사히 받아 내 마음 주머니에 넣은 후 꼭 동여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