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Feb 03. 2018

[단상] 육아와 나..

2009년 가을에 결혼하고 이듬해 가을 첫째아이 이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어느 부모가 그렇겠지만 특히 나는 준비되지 않은 아빠였다. 단지 혼자 외롭다 보니 빨리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20대 후반시절부터 늘 있었고, 32살은 넘기지 말아야 겠다는 목표만 있었다. 더더욱 나는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이런 내가 결혼과 동시에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고, 그렇게 도와주지도 못했다. 여전히 회사일이 바빠서 늘 야근과 주말근무, 출장을 달고 살다보니 아내 혼자서 집안일과 본인 몸을 직접 챙겼다. 설상가상으로 그렇게 일이 바쁜데 월급이 밀리니 아내는 같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몇 개월 동안 교육을 듣고 일을 하기도 했다. 입덧하는 동안 무엇을 먹고 싶다고 해도 사준적이 별로 없는 나쁜 남편이다. 그래도 시간이 있을때마다 같이 산책과 집안일을 도와주려는 노력은 많이 했다. 아직까지 좀 서운한 건 있지만 쫓겨나지 않고 사는 걸 보면 그렇게 밉상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10개월이 지나고 첫째아이 이현이는 아내의 36시간 산고 끝에 자연분만으로 오전 9시 이 세상에 나왔다. 아이를 처음 봤던 그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만 이후 백일때까지 아이와 씨름하는 것이 힘들었다. 백일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야근으로 피곤했던 나는 같이 잠 못자고 육아로 힘들어했던 아내에게 잠 좀 자자고 화를 낸 적도 많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신생아 목욕 시키는 일은 자신이 없다. 첫째아이를 안고 씻기다 떨어뜨릴 뻔 한 이후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른 육아는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잘할 자신이 있는데, 이것 하나만은 아직도 숙제다. 아이를 힘들게 가져서 키우는 집안에 비하면 나는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이가 둘이지만 언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계획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아빠가 되다 보니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뿐이다. 닥치면 다 한다고 했던지.. 아내가 보던 육아서적과 지금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아빠들의 육아 이야기를 읽고 내 스스로 경험하면서 나만의 육아법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아직도 서툰 아빠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좋은 아빠는 되질 못한다. 하지만 처음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어떻게 육아를 해야할지 가끔은 시간을 내서 고민한다. 나는 아이들이 본인이 하고싶은 대로 살기를 원한다. 다만 남에게 폐끼치 않고 올바른 인성을 가진 상태로 말이다.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한가지가 있다면 끝까지 밀어줄 생각이다. 
   
주말아침부터 둘째 이안이와 씨름중이다. 시크하고 말이 없는 첫째아이와는 달리 남자지만 애교도 많다. 지 맘에 들지 않으면 끝까지 고집을 꺾지않은 붙통의 소유자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요새 살아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들이기에 그 시간도 채워가다 보면 나중에 또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한다. 주변에 아빠육아로 아이를 잘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분들을 위해서 같이 응원하며 뒤죽박죽인 오늘 글을 마무리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빠돌이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