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살던 집을 떠났다. 횟수로 9년째 만 8년을 이 집에서 살았다.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짐을 다 옮기자 오랫동안 함께했던 그 공간이 텅 비었다. 내 마음도 같이 텅 빈 느낌이다. 좋든 나빴든 간에 이 집에서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2013년 여름 첫째아이가 4살 때 이 집으로 이사왔다. 그 시절도 참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다니던 회사에서 월급이 밀려서 사직서를 냈다. 겨우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시행사에 취업을 앞두고 있었다.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 세 번째로 이사한 집이었다. 2009년 가을 결혼하면서 작은 빌라 전세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남들처럼 번듯한 아파트 한 채 마련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재테크에 참 무지해서 그냥 매달 일정액을 저금했다. 나머지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술값으로 대부분 소비했다.
아내와 만난지 1년만에 결혼을 약속하고 모아놓은 돈을 보니 몇 천만원 내외였다. 전세자금대출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작은 빌라 전세를 얻을 수 있던 것도 다행이었다. 그렇게 2년을 살고 따로 살던 장인어른과 집을 합쳤다. 단독주택 전세로 2년간 살았다. 그 시기에 예기치 않은 해고를 당하고 다시 살기 위해 생존독서를 하던 시기이다. 장인어른의 도움으로 작은 아파트를 사게 되었다. 그 집이 바로 지금 9년째 살던 이 집이다.
장인어른 입장에서 보면 내가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평소 돈도 잘 벌지 못하는 직장인인데, 그마저도 월급이 밀리는 직장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월급이 밀리자 대출을 받아야 생활이 되었다. 나름대로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나아지지 않았다. 혼자 마음고생과 스트레스로 술도 많이 마셨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것이 쌓이다가 결국 곪아터졌다.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 덕분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이 집에서 이사온 3년째 되던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그렇게 집 한 구석에 노트북을 켜놓고 매일 쓰면서 나에 대한 성찰을 계속 해나갔다. 그렇게 6년 넘게 써서 12권의 책 출간과 SNS의 수천건의 글이 남았다. 그리고 6년째 지금 회사에서 잘 다니고 있다. 이 집이 나에겐 성장과 성찰을 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었다.
새로운 집으로 가기 전에 다시 한번 방과 부엌, 거실 등을 내 눈에 담았다. 나도 모르게 공허하고 찡한 감정이 들었다. 좋든 싫든 9년 넘게 이 집에서 지내다 보니 정이 들었나보다. 그 공간을 보면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저녁이 되어서야 새로운 집 짐 정리가 조금 일단락되었다. 새 집에서 처음 먹는 저녁식사가 어색했다. 장인어른과 오랜만에 맥주로 회포를 풀면서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이제는 더 좋은 일만 있을테니 힘내라고. 지난 그 집에서 아이도 더 생기고 좋은 일도 많았으니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그 말씀에 나도 같이 웃으면서 건배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더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가족 모두에게.
#9년만의이사 #이사 #새로운시작 #새로운환경 #NEW #에세이 #글쓰기 #글쓰기방법 #글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