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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04. 2021

글쓰기는 원래 고된 작업이다

군대 제대 후 2주 정도 소위 ‘노가다’라고 불리우는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건축법상 공동주택 중 하나인 ‘연립주택’을 짓는 현장이다.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 건물이다. 현장에 가서 처음 내가 했던 일은 건물의 외벽을 담당하는 벽돌과 내부에 층을 연결하는 계단을 만드는 대리석을 나르는 일이었다. 기술이 없다보니 가장 쉬운 나르는 업무부터 맡게 된 것이다.      


군대도 제대하고 20대 초반의 팔팔한 나이다 보니 벽돌과 대리석을 나르는 것을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지게를 매고 벽돌을 나르기 시작했다. 3~4회 정도는 할 만 했다. 횟수가 거듭되자 점점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호흡도 가파지고 어깨도 엄청나게 쑤신다. 쉽게 생각했다 큰 코 다친 격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니 점심시간이다. 배가 고파서 점심을 허겁지겁 먹고, 온 몸이 쑤셔서 누워서 잠깐 잤다. 꿀맛 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홀가분했다. 오후 작업은 계단을 만드는 대리석을 옮기는 일이다. 벽돌 20개 정도 무게이다. 그것을 등에 메고 건물 내부의 방 구석으로 운반해야 했다. 일에 능숙하지 않다 보니 한 장을 등에 메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등에 대리석을 메었지만 허리를 숙이고 걸어야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한 장을 처음 옮기는데 걸린 시간은 30분이 넘었다. 당연히 감독자에게 혼이 났다. 빨리빨리 못한다고. 그래도 오기가 생겨 하나씩 등에 메고 천천히 옮겼다. 한 장씩 옮길 때마다 속도도 빨라지고 요령도 생겼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집에 가니 몸살이 났다. 파스를 붙이고 다음날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일주일이 지나니 능숙하게 벽돌과 대리석을 나를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자꾸 중간에 포기하게 되어요. 오랫동안 쓰는 것이 힘들어요. 책을 내고 싶은데 초고 쓰는 게 만만치가 않아요.”     


글쓰기 자체가 원래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건설 현장에서 하나의 벽돌과 대리석을 옮겨서 그것을 연결하고 붙여야 집이 되는 것처럼, 힘들어도 계속 써야 하나의 완성된 글을 만날 수 있다. 이제 한 두장 써놓고 글쓰기가 힘들다고 하면 아예 쓰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현재 당신이 읽거나 만나고 있는 모든 책이나 글은 작가가 고된 작업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12권의 책(공저포함)과 2권의 전자책 출간과 블로그 등에 약 6,000개의 글을 올렸다. 하나같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나의 글을 포스팅하거나 한 꼭지의 원고를 쓰는 자체가 매 순간 어렵고 고된 일이었다.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해고 구성을 이어나가야 할지, 어떤 에피소드를 끌고 와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연결시켜야 할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모든 게 장애물이다.      


그 장애물을 하나씩 극복하고 나아가야 한 개의 글이 비로소 만들어진다. 겁을 주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가 원래 힘들고 고된 작업이란 것을 다시 한번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고 미리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즐겁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조금씩 포기하지 말고 즐겁게 한 줄이라도 쓰면 그것이 모여 반드시 작품이 된다. 한 개의 벽돌이 모여 집이 되는 것처럼 하나의 문장이 모이다 보면 근사한 자신의 글이 완성된다.      


오늘도 아침부터 바람이 시원하다. 이 좋은 가을 글쓰기 좋은 날이다. 일단 닥치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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