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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07. 2021

그 시절에는 그때만의 추억들이 살아 숨쉬게 될꺼야

2021년도 새해가 시작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 것을 실감한다. 불혹이 지난지도 벌써 4년이 지나가고 있다. 내년이면 40대의 딱 중간에 위치하는 나이가 된다. 90살을 산다면 이제 인생의 반을 살게 된 셈이다.     

 

어제 점심식사를 마치고 쉬면서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한 기사에 눈이 멈추었다. 

“"40대로 되돌아 가고 싶다"는 70대 엄마, 이유 한번 들어보세요” 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 기사는 꼭 한번씩 정독하게 되었다. 70대 어머니가 40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나도 부모님이나 장인어른이 70대시다 보니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씀처럼 들렸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이제 40대가 된 딸이 70대가 된 엄마와 통화하다가 엄마의 40대는 어떠했는지 질문하면서 시작한다. 엄마는 어색하지만 긴 시간동안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었다. 딸은 엄마의 이야기에 웃고 울었다.      


40대의 엄마는 지금의 딸이 10대인 시절이다. 30년전 이야기다. 80~90년대를 지나는 격동기가 보니 그 시절의 엄마는 딸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생각 밖에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엄마가 아는 것은 단 하나, 어떻게든 자식들을 공부 잘 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아이들을 잘 먹이고 입히고, 남부끄럽지 않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나의 부모님도 그랬다. 지금 내가 이렇게 일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것도 물심양면으로 키워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만큼 그들 자신의 인생은 돌볼 겨를이 없었다.   

   

엄마가 딸에게 계속 이야기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아프고 힘든 기억도 있었다고. 아빠의 사업이 힘들지 않아 절망도 하고, 너희들에게 더 많이 베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밤 잠 못이루는 날도 많았다고. 글을 읽은데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가끔 부모님 또는 장인어른과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어떻게든 자식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는 참 힘들었다고. 어떻게든 많이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그렇게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고.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후회는 없다고. 어린 시절에는 나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그만큼 지원해주지 못하는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럽고 야속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는 생각이라 부끄럽다.      


엄마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아이들을 잘 키워낸 책임을 다해서 후련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나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 하나라고. 그 시절은 정말 하루하루 내 꿈을 꿀 겨를도 없이 너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다고. 그렇게 열심히만 살았는데 특별하게 나를 위해 이루어 놓은 것이 없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엄마는 계속 말한다. 그렇게 시간은 빨리 지나가니 나의 40대를 지나 어느새 70이 넘었네. 40대가 정말 인생에서 진짜 예쁘고, 건강한 나이야.  20대의 젊음, 30대의 열정과 패기도 좋았지만 성숙해진 40대의 내 얼굴이 제일 마음에 들어. 그 시절에는 그때만의 추억들이 살아 숨쉬게 될 거야.      


오늘의 시간도 계속 흐른다. 흘러가는 시간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도 막을 수 없다. 성적을 걱정하던 10대 그 시절의 나, 젊음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놀면서 보냈지만 취업문제로 방황하던 20대 그 시절의 나. 결혼과 육아로 인해 가장이 되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던 30대 그 시절의 나, 여전히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지만 그래도 현실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성숙한 현재 40대의 나. 고민과 걱정을 달고 살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돌아보니 각 나이때마다 할 수 있었던 그때만의 행복했던 시간과 추억이 떠오른다.      


70대의 엄마가 40대의 딸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젊은 시절 어떻게든 잘 살아보기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왔지만 너무 애쓰지 말고 삶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라고. 그것이 인생을 편하고 즐겁게 살면서 현명하게 나이가 드는 삶이라고 하며 어머니의 말씀은 마무리된다.     


앞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여유를 가지면서 즐기면서 살고 싶다. 40대 시절이 내 인생의 황금기를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읽고 쓰는 삶을 영위할 것이다. 나중에 70살이 되었을 때 40대의 나는 읽고 쓰는 삶을 충실히 실천했던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 또 오랜 시간이 지나가면 그 시절 40대의 행복하고 근사했던 시간과 추억이 떠오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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