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방영중인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고 있다. 주변에서 계속 봤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못 봤다고 하니까 빨리 보라고 아우성이다. 본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니 침묵을 지키던 나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전 시리즈를 시간내서 보는 상황이 되지 않아 유튜브에 올라간 하이라이트 중심으로 보기 시작했다. 대충 어떤 줄거리인지 파악이 되었다. 다 본 소감은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씁쓸하고 슬펐다.
거기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중의 한명이 오늘 글에서 소개할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할을 맡은78세의 노배우 오영수다. 토요일 밤 인기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다. 유재석과 이미주가 진행하는 뉴스프로그램의 패널로 나와 같이 토크를 이어나갔는데, 그의 말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사극에서 스님 전문 역할로 잘 알려져 있지만, 연기경력 58년에 연극, 영화, 드라마등 출연작품만 200여편이 넘는 엄청난 스펙을 가지고 있는 원로배우이다.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주목 받은 적이 없는데, 이번 <오징어 게임>으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어리둥절하다고 말하면서 웃는 그의 모습에서 세월이 주는 여유가 느껴졌다. 붕 뜬 기분을 조금은 추스르고 자제하면서 조용히 가족들과 지내고 있다고 첫 포문을 열었다.
유재석이 인생의 어른이자 선배로 요즘 힘든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습니까?”라고 그에게 물었다. 노배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이렇게 답했다.
“우리 사회는 1등이 아니면 다 안 되는 것처럼 흘러가는 것이 문제에요. 금메달을 딴 1등만이 출세하고 그 아래 2등부터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버리죠. 그런데 2등은 3등에게 이겼으니 인생을 사는 모든 사람들은 승자입니다.”
그는 또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70대가 되어보니 지금까지 살면서 작든 크든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그 받았던 모든 것을 여기에 남겨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산을 걸어가다가 아름다운 꽃이 있으면 젊은 시절에는 꺾었지만, 지금 나이가 되니 그대로 놓고 오게 됩니다. 나중에 다시 가서 보죠. 인생도 결국 있는 자체를 내려놓고 그대로 놓아두는 겁니다.”
그 말에 온 몸에 전율과 소름이 끼쳤다. 정말 하나같이 버릴 말이 없었다. 정말 나이를 먹으면 드는 생각은 나도 정말 많은 것을 받으면서 누리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마흔 이전에는 어떻게든 욕심만 크고 남과 비교하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애쓰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데. 매일매일 타인과 나를 저울에 올려놓고 마음 졸이면서 살았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내 위치에 맞게 일하고 퇴근 후 읽고 쓰는 인생을 사는 지금이 참 좋다.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놔두는 인생이다.
마지막으로 노배우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기를 당부했다. 참 ‘아름다운’ 분이다. 오늘 백신 2차를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파란 가을 하늘을 잠깐 쳐다보았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가치있다. 자신의 인생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여기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하루하루 조금씩 더 나은 자신만의 삶을 사는 그대가 진정한 인생의 아름다운 승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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