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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27. 2021

인생이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부시다. 벌써 날이 밝았나 보다. 다시 눈을 감는다. 어차피 이제는 갈곳도 없는데. 갑자기 서글퍼진다.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9시가 넘었다. 해고를 당하고 난 후 계속 늦잠을 잤다. 백수의 생활패턴으로 바뀐지 오래다. 집에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아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듯 하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갔다.      


9년전 그 당시 살던 단독주택 골목길 뒤로 공원이 하나 있었다. 그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는 게 일상이었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데 참 마음이 힘들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회의하랴 보고서 쓰랴 출장가랴 바쁜 일상을 보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말 막막하고 불안했다. 하늘을 멍하게 쳐다만 볼뿐 아무런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19세기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자신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삶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인생이란 매 순간 불안 속에서 연속되는 것이다. 불안에 잠식되어 절망으로 죽어가는 것이다.”라고. 인생이 원래 불안과 행복이 공존한다. 불안 덩어리 그 자체이자 절망 앞에 늘 있는 존재가 바로 현실의 인간이라고 키에르케고르는 계속 말한다.      


9년전의 내 모습이 바로 키에르케고르가 이야기한 불안 덩어리였다. 삶에 대한 희망은 없고 오로지 내 마음은 절망만 가득했다. 그는 절망의 정도를 4개로 구분했는데, 처음 소개한 내용이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첫 번째 단계는 자기 자신이 절망에 빠져 있음을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절망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려고만 한다. 그 다음 세 번째 단계는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빠지는 상황이다. 마지막 단계가 적극적으로 절망이나 불안에 맞서서 해결하는 상태라고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이 마지막 단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면서 절망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며칠동안 그렇게 보이지 않는 나의 미래에 불안해 하면서 절망의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참 한심해 보였다. 더 이상 절망과 불안을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되자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금의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길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길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남는 시간에는 모조리 독서와 글쓰기에 투자했다.      


인생이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정상이다. 인생이 늘 장밎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자주 일어난다. 그로 인해 불안하고 절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던 것처럼 사람은 한 평생 불안 덩어리 그 자체이자 절망 앞에 있는 존재이다.      


불안하고 절망을 마주하는 자체가 지금 현재를 더 열심히 살아가는 원동력이나 자기계발을 더 열심히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불안하고 절망하는 것도 결국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불안과 절망에 맞서서 해결책을 찾아 하나씩 헤쳐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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