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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06. 2021

남탓 세상탓 하기 전에 이것부터 하자

늦은 자정 집 앞 전봇대에 한 남자가 서 있다. 그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한참동안 하늘을 바라보고 한숨을 쉰다. 얼굴을 푹 숙이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다시 허공에 대고 소리친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세상은 야박한거야. 남들은 다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거야!”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그는 이제 더 이상 집 이외에는 갈곳이 없었다. 여기서 그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집에 들어가서 잠이 들었다. 하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는지 그대로 숙면을 취한 듯 했다.      


눈을 떴다. 8시다. 지각이라 생각하고 허겁지겁 씻으러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양치질을 하고 얼굴을 씻고 있다.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맞다. 이제 갈때가 없지.’      


다시 나와서 방에 들어갔다. 괴로웠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제 이 대한민국 서울 하늘 아래 더 이상 내가 일할 공간은 없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었다. 가장 역할을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나 혼자만 힘들어하고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세상이 나를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상탓 남탓만 한 것이다. 그냥 모든 것이 억울했다.      

하루 이틀 멍하게 누워서 시간만 보냈다. 가끔 산책을 나가 하늘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여전히 나에게 원인과 문제가 있었다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체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이 세상을 떠나기가 싫었고, 가족들을 위해 한번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읽고 쓰는 삶을 만나고 다양한 멘토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그런데 인생을 바꾸는 것이 외부환경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내 자신이었다. 일단 먼저 내가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내가 실패한 원인을 외부환경에서만 찾고 있었다.      

매일 한 장씩 읽고 한 줄씩 쓰다보니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이나 일은 다 나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월급이 밀린 회사도 내가 선택했다. 술을 먹고 실수한 것도 남이 시킨 것이 아니다. 인생은 내가 선택한 일상의 합이다. 내 마음과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이다.      


“바깥세상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환경을 생각해 보라. 우리는 100% 기회를 활용하고 있는가? 직업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가? 건강한 신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지금 다시 읽고 있는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에 나오는 구절이다. 외부를 탓하기 전에 내가 정말 스스로에게 몰입과 집중을 했는지 먼저 돌아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회사를 해고당한 것은 결국 내가 원인이었다. 일에 전력을 다하지 않아 실수가 있었다. 그것도 큰 실수였다. 또 나 자신을 정리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지금은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앉는다. 다이어리를 열고 펜을 든다. 위의 질문을 다시 상기하면서 차분하게 답을 적어본다. 내가 책임과 전력을 다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문제가 생겼다면 남탓 세상탓을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전에 나부터 내 인생에 정말 최선을 다했는지부터 돌아보자. 자기 인생에 후회없이 전력을 다하고 책임을 진다면 후회보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지 않을까 한다. 인생이 힘들다면 우선 내 주변부터 정리하자. 마음을 청소하고 몸을 닦자. 그리고 하나씩 적어 나가자. 그 중에 내가 할 수 있고 변화가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집중하자.      


“나부터 바뀌어야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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