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모든 자들에게
교회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연히 한 단어에 눈이 꽂혔다. 영어 단어인 듯하다. ‘운디드 치료사’ 스펠링을 보니 ‘wounded healer’로 쓸 수 있다. 직역해보니 wounded는 ‘마음을 다친, 상처입은’ 의 뜻을 가지고 있다. ‘healer’는 어릴 적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 ‘치료하는 사람’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두 단어를 합쳐보니 ‘마음을 다친 치료하는 사람’ 이라고 볼 수 있다. 좀 이상해서 다시 한번 네이버를 검색했더니 이 ‘운디드 힐러’는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상처입은 치유자는 그럼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찾아보니 내가 좋아했던 류시화 시인의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나온 단어라는 것이 기억났다.
‘운디드 힐러’는 가장 좋은 치유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상처를 많이 받고 다쳐봤기 때문에 그런 비슷한 경험을 가진 다른 사람의 상처를 잘 치유하고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어를 보고 나도 ‘운디드 힐러’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마흔 전의 나를 돌아보면 스스로 상처받고 힘든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참 이기적인 사람이다. 혼자만 상처받고 힘들다는 핑계로 오히려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상처를 주었는지 모른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왜 내 인생만 이렇게 힘들고 풀리는 게 없었는지에 대해서만 신경썼다.
회사에서 잘 나가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해고를 당한 후에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다. 도와달라는 선후배나 지인들에게 그래도 내 시간을 내어 많이 도와주었는데, 거꾸로 손을 내밀었을 때는 정작 잡아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철저하게 내 마음은 상처투성이였다. 그 이후로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성향은 바뀌지 않는지 스스로 믿는다는 사람들에게 다 퍼주다가 뒷통수를 맡기도 했다. 그때마다 마음은 괴롭고 우울했다. 물론 나도 그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는 반성한다. 힘들때마다 사람들에게 의존했던 것이 결국 나중에는 다 나에게 큰 상처로 돌아오게 되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었을 때 다시 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 또 나란 사람에 대해서 객관적을 바라보기 위해서. 그 두 가지 큰 목적을 가지고 매일 한 페이지를 읽고 한 줄씩 써내려갔다.
고집만 세고 남과 비교하면서 열등감 덩어리 였던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만 세다 보니 오히려 남에게 더 상처를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 혼자만 철저하게 상처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인생이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읽고 쓰는 삶을 전파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작년부터 닥치고 글쓰기 프로젝트 및 여러 강의 등을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읽고 쓰는 삶을 오늘도 전파하고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도 ‘운디드 힐러’, 상처입은 치유자다. 내가 많이 아파보고 상처를 받아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이 받은 상처가 크다면 노트를 꺼내어 한 줄이라도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적어보자. 또 한 권의 책을 꺼내 한 페이지라도 읽고 힘든 상처를 내려놓자. 그것이 어렵다면 나와 같은 ‘운디드 힐러’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앞으로도 인생이 힘들고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삶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읽고 쓰는 삶을 만나게 해주는 사명을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상처받은 치유자”로 남을 돕는 사람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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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치유하는 위로하는 <닥치고 글쓰기 20기>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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