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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19. 2021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30대 중반 해고를 당하고 나서 내 인생 처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세상탓 남탓만 하던 나 자신이 원인이었는데, 그 사실은 전혀 몰랐다. 세상이 날 버렸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마음으로 한숨만 쉬고 하루하루 불평불만만 하는데, 잘될 리가 없었다. 주변에 그리 많던 사람들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목표와 방향도 없었다. 가족을 제외하고 누구한테라도 위로를 받고 싶었다. 다행히 소수의 친구와 지인이라도 있었기에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었다. 특히 회사를 같이 다닌 다른 부서의 후배가 한 명 있었다.     


엔지니어링 회사 환경부에서 근무했던 그는 참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어 업무 스트레스나 일상에서 힘든 일이 있을때마다 술 한잔 기울이던 사이다. 모든 사람이 떠나가던 시절에도 앞으로 더 잘될 거라고 위로하며 밥도 직접 사주곤 했다. 2주일에 1번 정도는 꼭 연락해서 바쁜 일상에도 시간을 내어 만났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아픈 곳도 없고 어제 점심까지 통화했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장례식장이 차려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갔다. 가는 길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도착해보니 울고 있는 그의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었다. 환하게 웃고있는 그의 영정사진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한동안 멍하게 구석에 앉아있었다. 뭐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한 그의 지인들에게 갑작스런 심정지가 원인이라고 들었다.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였는데, 이제는 한숨의 재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참으로 인생이 허무했다. 그나마 나는 살아있고 건강하니까 단지 상황이 힘든 것 뿐인데. 처음으로 밝히지만 그의 장례식장에서 나오면서 정신을 차린 것도 있다. 아직 살아있기에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릴 수 있는데, 그 자체도 망각하고 있었다.      


그도 마지막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았다고 들었다. 사무실에서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야근하다가 잠깐 힘들다고 앉아서 잠이 들었는데, 그것이 그의 마지막 순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고 주변 사람들에게 배려심이 컸는데, 30대 초반의 나이로 그렇게 허망하게 빨리 인생을 마감하다니. 사실 나도 내 삶이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두렵긴 하다.      


그렇게 9년이 지났다. 그 뒤로 그의 기일이 와도 가보지 못했다. 저 세상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잘 베풀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결국 답은 하나다.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삶이 다하는 그날 즐겁게 이 지구별을 떠날 수 있으니 말이다.     

 

2021년 11월 19일도 지나가고 있다. 올해도 50일이 좀 넘게 남았다. 밤에 잘자고 아침에 잘 일어나는 것만으로 감사한 하루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지금 이순간을 사랑하자. 그리고 이 지구별을 떠나게 되는 순간 잘 이별하자. 그것이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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