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지인들과 저녁식사 자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사업을 하는 한 선배가 술잔을 기울이며 한마디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너무 없어서 가게를 접을 뻔 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버텼어. 대출이 너무 늘어났지만 다시 위드 코로나로 손님들이 오니 다행이야.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그래도 열심히 형님도 가게를 지키고 새 메뉴 개발도 하시면서 홍보도 꾸준하게 하신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모두 그 선배가 다시 잘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술잔을 부딪히면서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다들 왁자지껄 하며 이야기 하고 있는데,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후배가 보였다. 표정이 별로 밝아보이지 않았다. 좀 걱정이 되어 조용히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여행사에서 10년 동안 잘 해왔는데, 갑작스런 전염병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졌어요. 지금 물류창고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잘 맞지 않는 것 같구요. 앞날이 보이지도 않고, 좀 힘드네요.”
“그랬구나.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잘 살아왔잖아. 이제 여행업도 좀 풀리면 다시 복귀할 수 있을거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씁쓸하게 웃는 그를 보면서 나의 마음도 무거웠다. 한 잔 따라주면서 그래도 열심히 살았으니 우선 그걸로도 위안 삼자고 말했다. 조금은 환해진 후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2021년도 새해를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한 달 남았다. 회사 업무나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일, 잘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일 등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보냈던 듯 하다. 시간을 쪼개서 내 위주의 일을 먼저 하다보니 집안일이나 육아 등에 좀 소홀했다.
올해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덕분에 약간의 성과는 있었다. 공저를 포함한 두 권의 종이책과 1권의 전자책 출간, 3명 출간작가 배출,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등이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이유가 성과를 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을 제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되는 사회 풍조로 인해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하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하지만 결국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
올해도 11개월 동안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한 달 남은 2021년에 꼭 자신이 하고자 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지금까지 순간순간 열심히 달려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열심히 살았으면 그 과정만으로 충분하다.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한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무엇인가는 남을테니까.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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