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빨리 바통 줘! 빨리!”
내 뒤로 2번 주자로 뛰고 있는 친구가 보인다. 우리 계주 릴레이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다. 4개팀이 뛰고 있는데 3등이다. 죽을 힘을 다해 뛰어오고 있는 친구에게 빨리 오라고 소리치는 중이다. 이미 바톤을 받은 1, 2등으로 달리는 친구들은 저만치 앞서고 있다. 빨리 쫓아가야 하는 조급한 마음에 빨리 오라고 더 다그친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친구가 내 앞에 가까이 달려오고 있다. 나의 다그침에 친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손에 바톤을 쥐어준다. 그의 표정은 신경쓸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나는 뛰기 시작한다. 이미 반 바퀴 차이가 나서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1,2등으로 뛰는 친구들을 잡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전력질주했다.
거의 따라잡을 뻔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 반에게 가장 잘 뛰는 마지막 주자에게 바톤을 건네주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전력으로 뛰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우승은 못했지만, 2등은 할 수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의 계주 릴레이가 기억나서 적어본다.
우리 나이로 44년을 살았다. 뒤돌아보니 인생도 릴레이 달리기와 비슷하다. 1년 12개월 365일로 쪼개면 1월 1일부터 달리기 시작한다. 1월 1일 하루 24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달린다. 다음 날로 바톤 터치가 이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시 바톤이 이어받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1시간을 24회로 달리면 하루가끝난다. 달린 양과 질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무작정 뛰는 사람도 있고, 목표를 정하여 하루하루 자신에게 맞는 양으로 달리기도 한다. 하루가 모여 30일이 되면 한 달을 릴레이 달리기를 한 셈이다. 그 한 달이 12개가 모이면 1년 동안 자신의 인생을 이어서 뛰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21년도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올 한해 동안 자신이 어떻게 하루하루 이어서 릴레이로 뛰어왔는지 한번 돌아볼 시점이다. 무작정 뛰기만 했는지 아니면 그 달리는 과정에서 성과가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잠시 멈추고 종이나 다이어리, 바인더 등에 적어보자. 인생의 릴레이 달리기에서 성공이냐 실패를 가르는 차이가 바로 어떻게 바톤 터치를 하느냐이다.
내일, 한달 후, 1년 뒤의 내 모습에 어떤 방법으로 바톤을 건네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열심히 뛰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중간에 달리다가 잠시 바톤 터치가 힘들다면 잠시 멈추어서서 어떻게 잘 넘길 수 있는지 고민하자. 그것이 내 인생의 방향을 찾는 길이다. 어제 조금 달렸다고 불평하지 말고, 오늘 더 달리면 그만이다. 인생은 장거리 릴레이 달리기이다. 그저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대로 달리면서 다음 바톤 터치를 잘하면 된다. 다가오는 2022년에는 모두 자신의 인생 이어달리기를 통해 멋진 결승선을 통과하길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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