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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Nov 29. 2021

인생은 고달픔을 견디는 과정이다

“이게 도면이라고 그려 온겁니까? 글씨체는 왜 하나도 안 맞아요!”

“일단 시간이 급해서 도면은 좀 더 수정하려고 합니다. 내용 고치라고 한 것만 수정해서 빨리 가져왔어요.”

“아니, 내가 내용만 본다고 했습니까? 조서를 고쳤으면 도면도 당연히 같이 수정해야지.”

“도면 출력 시간이 너무 길어서 시간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면에 수기로 같이 작성해서 가져왔구요. 수정된 내용만 다시 컨펌해 주시면 내일 아침까지 한 세트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 진짜, 일을 그 따구로 밖에 못해요?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해요. 다시 해가지고 내일 아침 9시까지 와요. 그때 다시 컨펌할게요!”   

  

나오자마자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이 나온다.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 담당 공무원의 마음에 들까? 매번 프로젝트 할 때마다 실제 인허가에 돌입하면 늘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의 협의가 관건이다. 좋은 공무원들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런 담당 공무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도 프로젝트의 인허가 성패가 달려있다. 인허가가 사업 기간 내 끝나야 투입된 사업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10년 전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수행했던 강동구 프로젝트를 하다 일어난 일이다. 매일 야근을 하면서 도서를 수정하고 담당 공무원에게 가져가면 항상 저런 대화로 끝이 난다. 심할 때는 인신공격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해서 이렇게 매일 고달프게 살아야 하는지 후회했다.      


그래도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고, 내가 하는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맞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매일 고달프게 욕을 먹으면서 도서를 수정하고 인허가의 한 단계를 밟았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인허가 결정고시가 나면 마음이 후련했다. 또 하나의 일을 끝냈다는 보람도 느꼈다.      


실제 인허가를 진행하는 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7년전 땅 개발 및 활용방안 검토하는 일로 직종을 변경했다. 예전보단 업무 강도는 약하지만 그래도 매일 땅에 대해 제대로 검토해야 하는 책임과 스트레스는 있다.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잘못 검토하면 그 책임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고달프지만 그래도 견디면서 내 일이니까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글을 처음 쓸 때도 상당히 힘들었다. 주제를 정하고 글감을 정한다. 구성을 하고 어떤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넣을지 고민했다. 서점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싶었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고달픈 작업이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목표를 이루고 싶었기에 견디면서 매일 썼다. 그 결과로 책이라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합이다. 그 반복되는 일상을 결국 내가 선택하여 결정한다. 그 선택과 결정을 통해 좋은 일보다 고달픈 상황이 더 많다. 하기 싫은 일도 현실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힘들지만 버티고 살아간다. 그 힘듦이 사는 것보다 더 힘들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고달픔을 매일 견디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다.      


김영민 교수의 한 칼럼에서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이라고 나온다. 살아있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여기면서 힘들지만 오늘도 그 고단함을 잘 견뎌낸 자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인생은  고달픔을 견디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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