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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22. 2021

지식과 지혜 사이

 오랜만에 K본부에서 사극 대하 드라마가 부활했다. 역시 조선왕조 초기 인물들의 서사가 가장 극적이다. <용의 눈물>, <정도전> 등에서도 많이 다루었던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그렸다. 이번에는 태종 이방원을 주인공으로 그의 관점에서 바라본 스토리로 구성되었다. 4회까지 방영이 되었다. 본방송은 보지 못했지만, 유튜브의 짧은 영상으로 오랜만에 정통 사극의 재미를 만끽하는 중이다.      


이방원은 이성계의 자식 중에 유일하게 과거에 급제했다. 소위 지금으로 치면 형제들 중 가장 엘리트다.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선 것 하나만으로도 형제들의 질투를 감내해야 했다.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책을 보고 공부해야 한다.      


이방원도 열심히 책을 보고 자신의 머리에 지식을 쌓았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시험에 합격하여 이제 막 조정에 입성한 신출내기다. 그런 상황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기점으로 고려말부터 조선 건국까지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뛰어난 지식을 바탕으로 고비를 넘기지만 아직 젊다 보니 정도전 등 나이가 든 문신들에게 많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치가 쌓인다.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지혜까지 갖추게 된 그는 결국 조선 제3대왕에 오르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뭔가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을 즐겨했다. 특히 역사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왕 이름도 외우고, 그 흐름을 따로 기록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지식을 계속해서 쌓았다. 공부 빼곤 다 못했던 내가 유일하게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지식이었다. 질풍노도 시기를 겪으면서도 내 지식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대학에 가서도 시간날 때마다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생의 큰 위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쌓은 그 지식에 분명히 답이 있을 줄 알았는데, 무용지물이었다. 그랬다. 머릿속에 아는 정보는 가득찼지만, 실제로 그것을 써본적이 없다보니 허둥지둥대는 나를 보았다. 술만 퍼마시고 취해서 쓰러지길 반복했다. 지혜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책을 펼쳤다. 책에 나오는 구절을 읽고 정리하여 내 생각을 기록했다. 다시 그것을 실제로 내 생활에 적용했다. 그렇게 모인 경험들을 통해 내공이 쌓이다 보면 나의 관점 및 통찰력으로 재탄생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지혜이다.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지식보다 지혜가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지혜가 생긴다 라는 말을 이제야 조금씩 실감한다. 그만큼 살면서 쌓았던 많은 경험들이 인생의 보는 눈을 다르게 한다. 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나 어르신을 찾아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인생의 희노애락을 모두 겪어봤기에 그에 따른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제는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지식만 찾지 않는다. 그 이상으로 어떤 지혜가 담겨 있을지 사색하고 나의 생각을 같이 적는다. 그리고 다시 실생활에 적용하면 그것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오늘부터 지식과 지혜 사이에서 방황하지 말자. 지식을 얻는 것도 아주 유익한 일이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독서와 사색을 통해 나만의 통찰력을 가져보자. 그 지혜가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인생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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