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때 드디어 <신과 함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총각 시절에는 시사회 포함하여 개봉당일에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보았으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확실히 극장에 가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그렇게 <신과 함께>도 아이들을 재우고 여동생 내외와 집에서 보게 되었다. 영화 시작전 여동생이 한마디한다.
“아마 이 영화를 보면 눈물 많은 오빠는 펑펑 울걸?”
전날 여동생 내외는 이미 영화를 한번 봤다고 했다. 내가 안봤다고 하길래 다시 같이 보기로 한 것이다. 소방관 역으로 나오는 차태현이 사람을 구하려다 고층 건물에서 같이 떨어져 숨을 거두고 저승사자들이 데려가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후 영화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여기까지한다.)
영화 속 차태현도 영과 육신이 분리되면서 이승에서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승의 자신에게 뛰어오는 동료 소방관에게 아는 척을 하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다. 동료 소방관들이 쓰러져 있는 자신을 깨우지만 의식이 없자 같이 오열한다. 이제야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떠오르는 어머니 생각에 다시 한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된다. 하지만 그 죽음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때마다 그 죽음에 가까워지곤 한다. 얼마전에 읽었던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의 이윤진 작가님도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을뻔한 이야기가 나온다. 끝도 없는 미국의 단조롭고 넓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잠깐의 졸음운전으로 앞차와 차간거리가 가까워져 놀라서 엑셀을 밟다가 결국 차가 전복된다. 그 찰나에 본인은 이제 나도 죽는구나 하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고 했다고 한다. 과거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쭉 지나가면서 마지막 인사를 했지만, 다행히도 몇 시간 뒤 다시 깨어났다. 이후 재미없지만 소소한 일상에도 감사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셨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사람들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사랑하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고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을 다 들고 갈 수 없고, 많이 가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 보다는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커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슬퍼한다. 예기치 않는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자기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세상이 버겁고 힘들어서 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어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평생을 천수를 누리다가 편하게 자신의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은 같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게 오늘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남은 하루 아니 몇 시간은 정말 소중한 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어떻게 보내야할지 한번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겠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죽는 것은 여전히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그 순간이 아깝지 않도록 후회없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