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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10. 2018

[에세이] 수락산의 추억

2006년 2월의 어느 주말이다. 그 당시 다녔던 회사에서 한달에 한번 임직원들이 등산을 했다. 주말의 황금같은 시간을 또 회사 사람들과 가는 것이 싫었지만, 건강을 위해 등산하는 것으로 위안삼았다. 그날 갔던 산이 수락산이다. 코스가 조금 어렵다고 소문이 난 산이다. 
     
사실 난 군대에서 왼쪽무릎에 물이 차서 연골이 작아지는 연화증에 걸려서 등산도 중간에 무릎이 아프면 포기하고 내려와야했다. 더 올라가면 무릎 아래로 피가 통하지 않아 종아리가 부어 걷지도 못할 경우가 많았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데 경사진 곳에서 운동하면 꼭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그날도 정상까진 못가고 중간까지는 가는 걸 목표로 하고 회사 사람들과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2월이라 추워서 등산화에 아이젠까지 설치하여 미끄러짐에도 대비했다. 
     
추웠지만 날씨는 좋아서 올라가면서 경치도 보고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올라갔다. 이상하게 그날은 중간 이상이 지나도 무릎이 아프지 않아서 정상까진 아니지만 근처까진 가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수락산은 다른 산에 비해 코스가 어려웠다. 평이한 코스가 지나자 깔딱바위가 나왔다. 경사가 가파르고 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난코스다.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 줄을 잡고 잘 올라갔다. 역시 무리하면 탈이 나는가 보다. 독수리 바위로 올라가는 좁은 길에서 결국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그 좁은 길은 등산과 하산이 교차하는 단 하나의 길이었다. 
     
종아리가 부어 일어서지도 못하고, 내가 그 길을 막아 버렸다. 올라가던 사람도 내려가던 사람도 다 멈췄다. 도로로 말하면 차량 정체가 되듯이 등산로에서 나 때문에 길이 막힌 것이다.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어서 결국 나는 상사분이 업어서 300m 정도 올라가서 독수리 바위로 옮겨졌다. 더 이상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회사 직원분들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던 차에……결국 병원 헬기를 불러서 후송하기로 결정했다. 
     
30분뒤 헬기가 바람을 일으키며 독수리 바위 상공에 떴다. 헬기에서 사다리가 내려와 나를 줄로 묶었다. 나를 묶은 줄이 헬기가 올라가면서 같이 상공으로 올랐다. 나는 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헬기에 태워지고, 그렇게 가까운 병원까지 이송되었다. 저 멀리 나를 바라보는 등산객과 회사 직원들이 보였다. 군복무 시절에 훈련으로 헬기를 타보긴 했지만, 병원으로 후송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한 헬기에서 다시 내려 반나절 정도 검사하고 퇴원했다. 그 뒤로 다시 37살이 될 때까지 8년정도 산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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