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신고은
책을 쓰고 출간하고 나서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 성격상 그들과의 교류는 참 즐거웠다. 하지만 만남이 계속될수록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만날 때마다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해지고 찝찝하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그건 그렇게 해서 되는 게 아니야!”, “다른 방법을 써야지.” 등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비아냥에 가깝다. 또 누구를 멘토나 지인에게 소개하려고 하면 “야, 왜 니 밥그릇을 뺏으려고 하냐!”고 하면서 미리 연막을 친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더 잘 되라고 하는 차원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고 하지만 실상 다 나를 길들이기 위한 하나의 작전이었다. 나도 그것이 가스라이팅일까 의심하다가 이 책을 통해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스라이팅이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행위’ 라고 한다. 가스라이팅을 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바꾸고 상황을 조종한다. 당하는 사람은 그것을 듣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내가 문제가 있는가?’ 등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참 괴롭다.
그러다가 수평적인 관계가 수직으로 바뀌게 된다. 자존감을 높게 키우던 내가 잠깐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되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한심스럽다. 친하다고 하면서 날 위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다 나를 길들이기 위한 수법이라고 생각하니 용서가 되지 않는다. 책에는 다양한 가스라이팅의 사례와 그것에 대한 원인 분석, 해결법 등이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상대의 입장을 살피다 보면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상대의 가시 돋친 말도 반박하지 못하고 무분별한 비난까지도 비판으로 받아들이지요. 문제는 의미 있는 타인이 아닌 그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가스라이팅은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하는 것이지요.”
누구에게나 잘 보이려고 했었나 보다. 나도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늘 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항상 커뮤니티나 회사나 모임에서 일일이 다 맞추려고 했다. 그렇다 보니 한 사람과 조금만 틀어지면 내가 잘못했나 의심하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 또 친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뭐라고 한다. 그것 때문에 작년 한참 개인적으로 힘들었는데 그것 조차 가스라이팅이었다.
“가스라이팅은 대부분 관계 자체에 대해서 고민을 합니다. ‘이 관계가 올바른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틀린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하지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요. 정상적인 관계에서는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을 하고, 그 생각을 멈추기 위해 합리화하고, 자신의 행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에너지가 모두 소진됩니다.”
이 구절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이 관계가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매일 의문이 들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이미 그 질문 자체가 들었다면 이미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것이다. 단지 내가 그 사람을 끊어내면 그만인데, 계속 잡고 있었던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냥 내가 놓아버리면 되는데, 오랫동안 왜 그랬는지 참 바보같다. 가스라이팅을 당한 자체에 그 사람을 너무 믿고 있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정서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사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사람. 그들이 있어야 온전한 단절도 가능합니다. 또한 단절된 그 자리의 공허감을 채워줄 사람도 필요합니다.”
다시 누군가를 끊어내고 나를 지지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하면서 교묘하게 말을 바꾸는 사람은 이제 이야기를 듣다보면 판단이 가능하다. 특히 가스라이팅 가해자는 자신의 이익 밖에 모른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만 만나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가차없이 버린다.
가스라이팅에 대해 현실적으로 담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뉴스를 접했다. 몇 년동안 부인의 가스라이팅으로 괴로워하던 남편이 자살했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당하는 입장이 되면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다.
결국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꾸 나를 길들이려고 하는 가해자의 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한번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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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글쓰기> 책 한번 읽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