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금쪽 상담소>란 프로그램이 있다. 고민이 있는 유명 인사나 연예인들이 나와 그녀에게 상담을 받는다. 본 방송은 보지 못하고 가끔 기사나 유투브 영상으로 보는 편이다. 어제 본 영상에는 홍석천이 출연했다. 21년전 본인이 게이라는 사실을 처음 커밍아웃했다. 동성애를 처음으로 방송에서 말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 그에게 너무나 많은 동성애자들이 상담 받길 원해서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너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본인도 포기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고민이다. 내가 보기엔 거절을 잘 못하는 것이 문제인 듯 했다. 적당히 끊어주면 되는데, 홍석천이란 사람을 보면 참 착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예전의 나를 보는 듯 했다. 그 고민을 조용히 듣던 정형돈이 한마디 했다.
“제가 석천이 형에게 크게 한 방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는 과연 형만큼 내 삶의 가치 있는 일에 대해 싸워본 적이 있었나 반성이 되네요.”
그 한 마디에 홍석천은 “이런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하며 갑다기 눈물을 쏟았다. 갑자기 우는 그를 한참 바라보던 오은영 박사는 “참 많이 힘들었나보다.” 라고 하며 토닥여 주었다. 그 영상을 보던 나도 좀 먹먹했다. 감정 이입이 좀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한참을 울고 난 그는 정형돈에게 고맙다고 했다.
“너의 그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어.”
또 그 한마디에 나도 울컥했다. 요새 나도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받아주고 거절한다. 모두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말은 해야 규칙이 무너지지 않기에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가 없다.
어느 날 이런 문제로 오랜만에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고민거리가 있냐는 그의 말에 어렵게 위에 언급한 내용을 공유했다. 나의 말을 끝까지 들은 친구가 한마디한다.
“너 아직도 보면 모든 사람들의 말에 다 신경쓰고 있어. 니가 하도 착하고 마음이 여려서 계속 신경 쓰이는 거야.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더 해. 너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도 없어. 널 보면 내가 항상 자극 받는다. 힘내!”
들어보면 별 것 아닌 멘트였다. 순간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잡은 채 엉엉 울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 한 마디를 듣고 싶었던 듯 하다. 나를 위로해 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되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상은 점점 편리해지고 있지만, 사람과의 소통은 점점 멀어진다. 너무 삭막해져 가는 중이다. 서로의 아픔을 나눌 시간도 없다. 이야기도 하지 않는 세상이다. 인생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자. 그런 친구나 지인이 곁에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위로 한마디 건네주자. 아마 그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다. 그저 내 곁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진심으로 위로해 줄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사람인지 한번 반성한다. 우선 내 가족에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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