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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23. 2022

마흔과 쉰 사이에서

얼마 전 한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한 50대 남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치우지 않은 쓰레기와 먹다 남은 컵라면, 배달음식이 널브러진 사진을 보니 참 착잡했다. 방 한 구석에 2008년 증권사가 시상한 모의주식투자 상패만이 그의 예전 화려한 추억을 대변하는 듯 하다.      


30대 초반부터 이런 중년남성의 고독사를 보면 왜 저러고 살았을까 하며 손가락질 했다. 죽기 전까지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단지 그의 마지막 모습만 보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마흔 중반의 나이가 되니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위 기사에 나오는 남자도 주변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어차피 죽을 때 혼자 간다고 하지만, 살아있을 때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쓸쓸한 인생이 없다. 10년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나를 위로하고 응원해준 가족과 소수의 친구였다.      


잘 나가던 팀장 시절 끊이지 않았던 전화가 정말 하루 아침에 한 통도 울리지 않았다. 힘들다는 지인들을 발벗고 내 일처럼 도와주었지만, 정작 내가 힘든 시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사에 나온 50대 남자는 이혼까지 했다고 하니 챙겨줄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죽는 그날까지 고독과 싸웠다는 생각이 드니 참 씁쓸했다.     


참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35살 시절 서점에서 오구라 히로시의 <서른과 마흔 사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이 책에서 조금씩 찾을 수 있었다. 마흔 전에 무조건 성공해야겠다고 조급하게 생각했다. 욕심만 컸다. 이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욕심을 버리고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30대 후반에 만난 이 두가지가 내 마흔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다시 마흔의 딱 중반 나이가 되니 50대를 어떻게 맞아야 할지 또 고민이다. 30대까지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번 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4050의 중년 남자들이 이 나이에 나락으로 떨어지면 다시 한번 일어서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서 45살이 넘으면 짐을 싸서 나간다는 사오정에 이제 내가 해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다.      


마흔과 쉰 사이에서 다시 한번 내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기로에 섰다. 막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의 양육비, 늙어가는 부모님의 뒷바라지 등등 들어가는 돈도 상당하다. 회사에서 점점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치인다. 임원이 되지 못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되더라도 실적을 쌓지 못하면 잘리는 게 현실이다.      


마흔과 쉰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자. 일단 먼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그것이 쌓여서 미래가 결정된다. 당장 1시간 뒤 아니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사인데, 머리 아프게 살지 말자. 하지만 너무 편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않다.      


적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것만큼은 신중을 기하되 처절할 정도로 집중하자. 점점 실패하면 일어나기 쉽진 않겠지만,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아온 내공이 있으니 또 5년을 지내다 보면 근사한 50대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4050 들을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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