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Feb 20. 2022

삶의 모든 순간이 글감이 된다

며칠 전 퇴근길이다. 술을 마시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밖으로 나오니 얼굴 표정이 일그러졌다. 봄이 가까워오고 있지만 여전히 겨울이다보니 춥다. 얼굴로 파고드는 바람이 차갑다. 귀 아래로 스며드는 바람소리도 오늘따라 왠지 서글프게 느껴진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오늘따라 많은 사람들이 정류장에 있다. 각자의 쉼터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도 어느샌가 눈이 스마트폰으로 향해 있다.   

   

시간을 보고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정류장 한 구석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나처럼 술을 먹은 듯 하다. 한 아저씨가 술이 많이 취했는지 계속 비틀거리면서 소리친다. 그러다가 넘어졌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기에 달려가서 그 사람을 일으킨 후 물었다.     


“집이 어디세요? 택시 불러드릴까요?”

“당신 뭐야! 당신도 나 무시하는 거야?”

“아니요. 집에 가셔야죠. 이런 날씨에 여기에 계시면 얼어죽습니다.”

“뭔 상관이야! 저리 꺼져.”     


더 이상 이야기하면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다행히 그 사람도 일어났다. 비틀거리긴 했지만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버스가 도착했다. 줄을 서서 탔다. 맨 뒷자리에 비어 있어 앉았다. 앞에 한 20대 연인이 보인다. 술에 많이 취한 듯한 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자는 듯 하다. 그 여자의 모습을 남자는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버스가 출발했다. 창 밖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늦은 밤에 날씨까지 춥다보니 서둘러 집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삼삼오오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청소년들도 보인다. 15분 정도 달린 버스가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한다. 작년 이사간 집까지 10분 정도 또 걸어야 한다. 집에 가는 골목길은 조용하다. 가로등만 나를 감싸고 있다. 사람 한명 보이지 않는다. 오늘따라 무서워서 집까지 뛰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쓸거리가 없어서 글을 못쓴다고 아우성이다. 처음 글을 쓰기 위해 마음먹던 나도 그랬다. 무엇을 써야할지 몰랐다. 정말 특별한 것을 써야 사람들이 읽는 줄 알았다. 물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콘텐츠나 내용을 써야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그런 글만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 썼던 글은 늦은 퇴근길의 느낌을 적은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일상도 글로 옮길 수 있다.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사물, 만나는 사람의 모습과 대화, 그 현상이나 사건에서 느낀 감정 등 모두를 글로 표현하면 그만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글감이 된다. 편안한 일요일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편하게 써보자.      


#삶의모든순간이글감이된다 #삶의모든순간 #글감 #주제 #책 #글쓰기 #인생 #글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의 껍질을 깨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