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건담의 주인공 카미유 비단은 마지막 전투에서 정신이 붕괴되면서 미쳐버린다. 그 동안 보와왔던 전우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숙적 제리드 메사도 죽자 그 동안 받아왔던 정신적 충격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Z건담의 결말은 이렇게 주인공이 미쳐버리는 비극적인 결말로 당시에도 큰 충격과 신선함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극중 나이로 17~18세 정도되는 미성년자 나이이기도 하고, 부모님의 죽음으로 뉴타입이 되는 과정에서 많은 사건으로 인해 고통을 겪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내 나이 17-18시절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매일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다.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가야 한다는 아버지와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기대에 못 미쳐 좌절하는 나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하는 것에 비해 성적은 나오지 않고, 비슷한 위치에 있던 친구들의 점수가 잘 나오는 걸 보면서 내 정신도 점점 피폐해져 갔다. 조금 예민한 성격에 마음도 여리다 보니 스스로 컨트롤하는게 쉽지 않았다.
본 수능시험을 나서 생각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자 위의 카미유 비단처럼 정신이 거의 나간채로 살았다. 잠깐 정신이 들때는 친한 친구 집에만 있던 단 몇시간 뿐이었다. 그렇게 결과가 나올때까지 한달을 멍하게 살다가 그래도 살아야했기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두 번째 멘탈 붕괴는 35살에 4번째 다니던 회사에서 나오게 된 이후였다. 스스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게 아니었기에 너무 힘들었다. 술에 의존하면서 더 우울해지고 마음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정신붕괴란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누가 말을 걸어도 반쯤 넋이 나간 사람처럼 지냈다. 사람이 정신이 한번 붕괴되고 멘탈이 약해지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귀찮아한다. 대인기피증도 심해져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정말 카미유 비단의 마지막 장면에 멍한 상태에서 혼자 피식 웃는 미친 표정을 나에게서 발견한 적이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한번쯤 힘든 시기가 온다. 분명 사람에게 이 힘든 시절은 수없이 고통받고 마음의 상처로 인해 정신이 붕괴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을 디딤돌로 삼아 견디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더욱 수렁에 빠져서 결국 인생을 포기할 수도 있다. 나도 사춘기때와 사회생활을 했던 30대 중반 정말 멘탈이 붕괴되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다. 그래도 좋은 날이 있다고 믿고 다시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버티다보니 조금씩 회복하면서 나아가게 되었다.
가끔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들린다. 화려한 이면에 혼자 감당하지 못한 수많은 이유로 정신이 붕괴되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나도 여린 성격이라 그들의 선택이 가끔은 이해될때가 있지만, 그래도 살면서 극복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요새 또 예기치 않은 인생속에 정신이 붕괴될때가 많지만 웃으면서 털어내는 연습을 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