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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난 사명과 이유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전안나

by 황상열

2017년 저자의 첫 번째 책 <1천권 독서법>을 인상깊게 읽었다. 인생의 힘들고 우울했던 시절을 독서를 통해 이겨낸 저자의 스토리에 많이 공감했다. 나도 10년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책을 읽고 적용하면서 다시 인생의 방향을 찾았던 경험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러다가 한 지인의 소개를 통해 저자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직접 만났던 저자는 쾌활하면서도 차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도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한 다작 작가가 되었다. 작년에 2권의 책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책이 바로 그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인생을 담았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저자가 감명깊게 읽었던 책의 내용과 같이 엮었다. 유쾌하고 구김살이 없어 보인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정말 영화나 드라마 보다도 극적이다.


태어나자마자 친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다. 거기서 5살까지 지내다가 양부모에게 입양된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입양되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양아버지의 사업은 망하고, 양어머니는 저자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어리광 대신 집안일을 해야했다. 어른이 되자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일찍 취업해서 돈을 벌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도망쳤다.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유일하게 책이 저자를 구원할 수 있었다. 지독한 독서를 통해 저자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양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 같은 반 남자아이가 눈이 내리는 마을이 그려진 오르골을 선물로 주었다. 그걸 받아 왔다고 양어머니는 ‘화냥년’이라며 나를 발로 마구 밟으며 온몸을 때렸다. 옷을 다리다가 화가 나면 뜨거운 다리미를 들고 위협했다. 요리를 하다가 화가 나면 식칼을 내 목에 대고 “목을 푹 쑤셔 버릴라!”라고 말했다.“


화가 난다.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 입양을 하지 말아야지! 왜 아이를 입양해서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단 말인가? 그 오랜 기간 학대로 고통받았던 저자의 아픔에 나도 마음이 아파온다.


”할머니에게 미움받은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니듯, 혼나지 않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니듯, 나의 어릴 적 삶도 내 잘못이 아니다. 가네코 후미코가 내게 말한다. “네 잘못이 아니야.” 100년 전에 죽은 그녀가 나를 위로해 준다.“


어린 나이에 입양이 되고, 양부모님 손에 길러지게 된 것도 저자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양어머니에게 학대와 미움을 받는 것도 저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 자기 잘못처럼 느껴진다.


”입양과 아동 학대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도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내 품을 내어 주고 싶어서이다. 이렇게 타인과 사회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지금 잘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만 독자가 바라보기만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이제는 자신처럼 힘든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사명이 생긴 것이다. 저자의 용기를 같이 응원하고자 한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막장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이야기를 실제로 저자가 겪었다고 하니 참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은 멋진 작가와 강사, 사회복지사로 열심히 살아가는 저자가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이 책을 통해서 더 이상 아동을 학대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앞으로 꽃길만 걸을 저자의 인생을 같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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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글쓰기> 책 한번 읽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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