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공부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사실이다. 첫 줄부터 읽는 사람이 재수없다 할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혼자 공부하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재미를 느꼈다. 하나씩 지식을 쌓을 때마다 뭔가 뿌듯함이 있었다. 좋은 대학을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이 잘 나오기 했지만, 잘 나오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던 시기다.
수능을 망쳤지만, 다시 수험생활을 하기 싫어서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했다.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상실감이 컸지만, 현실에 순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또 열심히 공부했다. 그 시절 공부는 당연히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많은 스펙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했다.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전공을 살려 작은 설계회사에 취업했다. 그 때부터 12년 동안 발주처 등의 갑질, 임금체불, 높은 업무 강도 등의 이유로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신세 한탄만 했다.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한숨만 나왔다. 학창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던 지식은 쓸모가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남 탓 세상 탓만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많이 마셨다. 사람들을 만나 답답한 속내를 풀면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사람들과 헤어지고 오면 다시 허무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와 함께 다시 우울해졌다. 내 인생의 변화를 가져올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으니 계속 도돌이표의 반복이었다.
계속 누워서 한숨만 쉬는 날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살다간 아무래도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았다. 정말 다시 한번 인생을 바꾸어 보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어린시절 힘들 때 책에서 답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해서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시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3개월 동안 3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것을 다시 기록하고 정리하여 내 삶에 적용했다. 실제로 실천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이 “지혜”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 지혜가 나의 인생을 바꾸게 해준 공부의 결과였다. 내가 다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어른이 되어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고 한다. 물론 어린 시절에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이제 공부가 끝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그랬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이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 나오니 공부할 게 더 많았다. 업무 공부도 해야 했지만, 인생을 헤쳐나가는 공부가 더 필요했다. 그것을 간과하고 배울 생각을 안했으니 내가 생각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져 가는 것은 당연했다.
한근태 저자가 쓴 <고수의 학습법>에는 어른이 되어 하는 공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공부를 하면 유연해진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고집불통이 된다. 다른 세상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 옳고 최고인 걸로 착각하게 된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아진다.”
공감했다.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죽을 때까지 공부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이다. 이제야 공부를 하면서 인생을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 힘든 당신, 책과 글쓰기를 만나서 같이 공부하자. 그것이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무기가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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