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이란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했더니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피하거나 쫓기어 달아남”
10년전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나는 ‘도망자’였다. 아니 그 일이 있기 전부터 도망을 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생각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만 궁리했다. 정면돌파가 아니라 우회적으로 ‘이 문제가 나와는 상관없이 지나가겠지!’ 라고 여기면서 슬쩍 발을 빼는 경우가 많았다. 이리저리 핑계대고 책임을 미루었다.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불평불만만 하면서 계속 회피하다가 결국 인생의 나락까지 떨어졌다. 도망 다닌다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머리로 이해하는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았다. 도망만 치다가 남겨진 것은 우울증과 자괴감이었다. 북적거리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자 덩그러니 고독과 친구가 되었다. 이젠 더이상 도망칠 장소도 없어졌다. 더 달아나다가는 인생 자체가 끝나게 생겼으니까.
배수의 진을 쳤다. 물러날 길도 없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 앞에 있는 문제와 마주했다. 종이를 반을 접었다. 왼쪽에는 지금까지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적었다. 오른쪽은 생존독서를 통해 찾은 그 문제들의 해결책을 기록했다. 어떤 문제는 책에 나온 해결책을 그대로 적용했다. 또 다른 문제는 책에 나온 대로 적용해서 좀 더 나은 해결책을 적었다. 해결하는 과정에서 심적으로 힘든 부분도 생겼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고통스러웠지만 인내하면서 버텼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순간 잠시 모면하기 위해 도망을 치는 것은 쉽지만, 그 이후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보니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망치지 않았다. 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하나씩 처리하다 보니 내 인생도 조금씩 좋아졌다.
그 시점에 처음으로 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 전까지 도망치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 목표를 세워도 한 두 번 시도하고 잘 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는 연습이 조금씩 되자 작가가 되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잘 쓰지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조금씩 양을 늘려가면서 썼다. 남들이 뭐라해도 나 자신을 믿고 계속 썼다.
도망자 신세가 아니라 어떻게든 버티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끈기있게 버티다 보니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도 도망쳤다면 그 전리품은 영원히 내 손에 쥐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계속 도망치고 있다면 이제는 멈추자. 피하고 싶은 대상이나 문제와 정면승부를 하자. 시간이 걸려도 그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인생에서 계속 도망만 다닌다면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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