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성공하는 세상

by 황상열

어린 시절 나는 비디오 게임과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한마디로 덕후였다. 6학년 2학기때 원치 않는 전학을 가고 나서 왕따 비슷한 경험을 당했다. 외향적인 성격이 내향적으로 바뀌었다.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잘 못 견디었지만, 고독과 친구가 되었다. 물론 아예 친구가 없던 것 아니지만, 예전만큼 두루두루 지내는 것이 어려웠다. 사춘기가 오면서 방에 혼자 있는 것이 좋았다. 그 시절 시간을 보냈던 두 개가 비디오 게임과 영화였다. 한 개 더 추가하자면 30년 넘게 보고 있는 미국 프로레슬링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했다. 하교하면 아무도 없으니 멍하니 앉아있을 때가 많았다. 시간이 아까워서 뭐라도 해야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시작한 비디오 게임에 푹 빠졌다. 특히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했다. 엘프, 드워프, 인간, 오크 등 다양한 종족이 나오고 그들이 얽히고 설켜 펼치는 그 서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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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조종하여 처음에는 약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점점 성장해 가며 마지막 보스를 물리치는 쾌감이 짜릿했다. 나는 게임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 보스를 어떻게 물리쳐야 할지, 게임상 중요인물을 찾기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지 등등 연구하고 고민했다. 해결 과정이 어린 나이에 짜증과 화도 나지만 그것을 참고 끝까지 진행했다. 이런 것들이 지금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게임을 과도하게 하다 보니 부모님에게 많이 혼났다. 그 당시만 해도 게임할 시간에 공부하면 서울대에도 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게임을 더 좋아했기에 빨리 숙제를 마치고 하루에 2~3시간을 게임에 몰두했다. 또 일주일 2~3회 정도 비디오 가게에 가서 프로레슬링과 영화를 빌려서 시간을 보냈다.


프로레슬링과 영화에는 늘 서사가 있다. 선역 레슬러가 악역 레슬러를 이기는 스토리,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두 연인의 이야기 등을 집중해서 봤다. 그 서사의 끝을 보고 나면 가슴 속에서 뭔가 모를 감동이 올라왔다.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함께하고 있는 영화, 프로레슬링이다. 아마 그때 길러졌던 감성이 지금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와 친한 죽마고우도 게임을 참 좋아했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일본어를 혼자 독학했다. 게임 덕질을 하면서 배운 제2외국어 덕분에 취업까지 했다. 덕후가 되어 자신의 인생까지 바꾼 친구다.


예전처럼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자신이 꾸준하게 해온 취미나 경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한 가지에 미쳐 그 우물만 팠던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 세상이다.


지금의 나는 ‘읽고 쓰는 삶’에 미쳐있다. 독서와 글쓰기 덕후다. 독서보다 글쓰기에 더 미쳐있긴 하다. 어떻게든 쓰기 위해 글감을 하루에도 몇 개씩 눈에 불을 키고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진짜 덕후가 맞다. 그렇게 쌓은 덕후질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고 쓰는 삶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미쳐있는 대상이 있는가? 지금까지 꾸준하게 해온 자신의 취미나 경험이 있는가? 과도한 덕질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 그런 대상이 없다면 오늘부터 어떤 덕후가 되어볼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바로 덕질을 시작하자. 이것이 당신의 근사한 인생의 문을 열어줄 열쇠가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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