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들의 천국”, “내일은 사랑” 등 대학생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서 빨리 대학에 가고 싶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수학능력시험을 망쳤지만 재수를 하지 않았던 이유도 어쩌면 지긋지긋한 고3 수험생활을 다시 하기 싫었던 이유도 컸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 선배들,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PC 게임방이 유행하기 전이라 당구 한 게임 치고 나서 술집으로 가는 루트가 일반적이었다. 당구는 역시 내기다 보니 지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돈을 낸다. 술집에 가면 선배들이 보통 술을 사준다. 그렇게 선배들과 친해지면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공짜로 밥을 얻어먹기 위해 찾아다녔다. 원래 돈도 없던 시절이지만, 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밥과 술을 선배들 덕분에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공짜로 얻어먹으니 즐거웠다. 한 달쯤 지나자 술자리에서 선배 한 명이 나를 따로 불렀다. “너무 지나칠 정도로 선배들한테 사달라고 하지마. 우리도 땅파서 돈 나오냐? 한 두 번은 모르는데 어떻게 너는 매일 얻어먹을 생각만 하냐? 우리한테 한 번 사본 적은 있니? 아니면 말이라도 한 번 다음에는 제가 사겠습니다 라는 말이라도 하던가. 세상에는 공짜는 없어.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선배들이 사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참 철없는 생각이었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에 오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했다.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그 선배의 말을 전했다. 어머니가 웃으면서 그것이 앞으로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될테니 명심하라고 했다. 아마 그때부터 누군가가 나에게 베풀면 나도 한 번은 상대방에게 은혜를 갚는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로 선배들에게 몇 번 얻어 먹으면 얼마 안되는 모은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한번씩 대접하곤 했다. 그 이후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대접받으면 거꾸로 나도 상대방에게 보답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공짜라고 하면 누구나 좋아한다. 안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시 한번 “세상에 공짜는 없다”를 구절을 다시 풀이하면 “모든 것에는 값이 있다.”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에게 무료로 얻어 먹거나 도움을 받으면 그에게 빚을 지는 것과 같다. 빚을 졌으면 값을 지불하는 것이 맞다. 나이가 들면서 이해가 되는 아주 중요한 인생의 원칙이라고 생각된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많은 오픈 채팅방에서 온라인 클래스가 열린다. 무료강의로 사람들을 모아 화상으로 강의하는 것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무료강의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신청을 많이 한다. 단돈 10,000원이라도 금액을 받으면 신청자가 무료보다 많지 않다.
무료강의지만 그것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자료준비에 몇 배의 자기 시간을 쏟는다. 그것을 알아주면 좋지만 가끔 사람들은 공짜라고 하니 편하게 받는데만 익숙해있다. 강의를 듣고 나서 후기라도 남겨주자. 그것이 공짜로 들은 댓가로 강사에게 값을 치루는 것과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내 것만 귀하고 남의 것은 하찮게 보게 된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얻어지는 것에 길들여진다. 자신에게 빚을 져도 좋지만 상대방에게 그렇게 하지 말자. 너무 공짜에만 길들이게 되면 내가 베푸는 데 인색해질 수 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공짜로 얻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 값을 지불하자.
#세상에공짜는없다 #공짜 #기브앤테이크 #독서 #글쓰기 #글 #삶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