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처절했던 인생을 돌아보며

(Feat. 드라마<태종 이방원>)

by 황상열

몇 년만에 부활했던 K본부의 대하정통사극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통사극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반가웠다. 아쉽게도 본방송으로 보지 못하고 회사에서 점심시간이나 출 퇴근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으로 대신 감상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조선 제3대 왕 태종 이방원과 같이 극적으로 왕위에 올라 극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도 많지 않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이라 사극에서 여러 번 다루었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그것이 비록 피로 얼룩진 역사라 해도 그 서사 자체가 완벽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극은 이방원이란 인간이 왜 저렇게 살아야 했는지 한번 내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이방원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다섯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영특하여 형제 중에 유일하게 고려 시대 과거에 급제했다. 문보다 무예가 더 출중하다고 알려졌지만, 그 반대라고 한다. 오히려 이방원의 둘째 형이자 조선 제2대 왕 정종이 무인에 가까웠다고 전해진다.


그는 고려말부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까지 많은 공을 세운다. 새 나라를 세우는 데 방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가차없이 죽였다. 그 첫 번째 사람이 포은 정몽주였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 이후 고려의 거장 최영 장군을 제압하고 실권을 잡았다.


정몽주는 이성계와 함께 쓰러져가는 고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위기투합했다. 그러나 고려를 무너뜨리는 이씨들의 계략을 알자 마지막까지 고려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서로 사적으로 친하지만 공적으로 정적이 된 두 사람은 씁쓸하다. 이성계는 마음이 약해져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다. 결국 이방원은 우유부단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정적을 처단한다. 이 일을 계기로 이성계와 이방원 부자는 그때부터 대립하기 시작한다. 정몽주 사후 일사천리로 고려는 망하고 조선이란 새 국가가 탄생하게 되었다.


새 나라를 여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이방원은 철저하게 버려진다. 이성계는 자신의 뒤를 이을 새 후계자로 어린 방석을 세운다. 왕이 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이방원은 칼을 갈게 된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면서 준비한다. 그 사이 신하 중심의 나라가 되야 한다는 정도전과 대립하게 된다.


새 나라의 기틀을 잡기 위해서는 강력한 왕권이 필요하다는 이방원의 주장은 철저하게 무시당한다. 결국 제1차 왕자의 난을 통해 정도전과 어린 세자를 죽이고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넷째 형 이방간도 자신도 왕이 될 수 있다고 방원에게 달려들지만 제압당한다. 그것이 제2차 왕자의 난이다. 두 차례 왕자의 난을 계기로 이방원은 실권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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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이 장자가 아니다 보니 장자 계승의 원칙을 지켜야 했기에 대신 형을 왕으로 세웠다. 그 왕이 정종이다. 이후 정종의 양자로 들어가 세자가 되고, 보위를 이어받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 이성계와는 여전히 반목한 상태였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반쪽짜리 왕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조선의 기틀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고 결국 그를 진짜 왕으로 인정한다.


이후 태종 이방원은 철저하게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면 가차없이 처단했다. 지아비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아내 원경왕후 민씨의 아우들도 모두 죽였다. 왕비를 사랑했지만 외척이 득실하면 왕권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여 미리 손을 쓴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고 왕권의 기틀을 잡아 아들에게 편하게 물려주고 싶었다. 첫째 양녕대군의 기행이 심하자 성군의 자질이 보였던 셋째 아들 충녕대군에게 보위를 물려준다. 그 충녕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군이 된 세종대왕이다.

태종 이방원은 죽을 때까지 가족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저 조선이란 나라가 오래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리더 중심으로 살았다. 드라마 종반으로 가면 이방원의 쓸쓸함과 고독이 담긴 장면이 많이 나온다. 정말 리더는 외로운 자리라는 것을 실감했다. 단 한명에게라도 그 힘든 마음을 터놓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 충녕대군은 아버지 이방원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죽기 직전 서로의 손을 잡고 이별을 준비한다. 우는 세종에게 태종은 “고맙구나.”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세상을 하직하게 된다. 죽는 순간에야 비로소 편안하게 마음을 놓는 장면을 잘 표현했다. 참으로 처절했지만 고독스러웠던 이방원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장면이다. 특히 드라마에서 이방원 역할을 맡은 배우 주상욱의 연기가 정말 일품이었다. 나와 동갑내기라는데 어쩜 그리 감정 표현을 잘하는지 감탄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깨기 위해 고뇌하며 하나씩 극복해 나갔던 이방원. 그의 인생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나도 저 자리에 있었다면 저렇게 살 수 있었을까? 역사의 인물을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일도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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