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2022년 2월 26일 이 시대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이어령 선생님께서 이 세상을 떠났다. 따뜻한 봄을 앞두고 아픈 몸으로 끝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다가 지구별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향년 만 88세의 나이다. 22살의 나이로 기성 문단에 일갈을 날린 ‘우상의 파괴’라는 글로 이름을 날린 후 66년 동안 집필과 강연을 이어오신 대단한 사람이다.
나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이어령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여러 분야에 능통했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이 술술 풀어냈다. 10년전 한 서점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직접 듣고 나서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찾으면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렇게 한 권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저자의 지식과 지혜를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죽음이 가까워오는 자신을 관찰하면서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마지막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을 쓴 김지수 작가와 생애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다. 저자는 매주 화요일 오후 이어령 선생님과 16번을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하여 이 책을 출간했다. 과연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하여 읽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앞에 쓴 글에 대한 공허와 실패를 딛고 매번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나는 평생 도전이 필요한 인간이었네. 강해서가 아니라 약해서 다시 하는 거라네. 글쓰는 자는 모두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쓰는 거야. 그래야만 만인의 글이 되기 때문이지.”
나에게도 글쓰기는 평생 도전 과제이다. 매일 쓰고 있지만 타인을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ㅅ생각한다. 평생을 쓰다 보면 한 개 정도는 만인의 글이 되지 않을까?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어떤 작은 메시지라도 줄 수 있는 글을 계속 쓰고자 한다.
“정오가 지나면 모든 사물에 그림자가 생긴다네. 상승과 하락의 숨 막히는 리미트지.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 걸. 그게 대낮이라는 걸.”
정오가 지나면 오후가 시작되면서 모든 사물에 그림자가 짙어진다. 정오와 자정을 뜻하는 12시가 죽음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도 하루의 절정이 되는 그 시간에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좋을 듯 하다.
“내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껴졌단 것. 영원하리라고 믿었던 것도 내일이면 다 변하고 없어져.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는 질문해야 하네. 없어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건 무엇인가? 그 문제를 붙드는 게 철학이라네. 그 문제를 풀기위해... 외로웠네.”
나이가 들면서 가장 공감하는 것이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 우정, 돈..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믿지 못해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한다. 인생의 영원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철학과 인문학이다. 평생동안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같이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우리는 영원히 타인을 모르는 거야. 안다고 착각할 뿐. 우리는 내가 아플 때 남이 그걸 아는 줄 알아. 그 아픔은 자기 아픔을 거기다 투영한 것 뿐이네.”
타인의 아픔을 위로하지만 정말 어디까지 아픈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인생에서 느끼는 고통은 자신 밖에 모른다. 더불어 살아가지만 결국 누구나 혼자다.
“인생은 평생을 모험하고 방황하는 거지. 길 위에서 새 인생이 일어나는 거야. 원래 길의 본질이 그래. 끝이 없어. 이어지고 펼쳐질 뿐.”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공감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해답만 존재한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다. 죽을 때까지 모험하고 방황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삶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거라네.”
가족, 지인이나 친구의 눈물을 보면서 연민과 동정을 느낀다.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공감하면서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책 낼때마다 베스트셀러 되는 작가도 있고 안 되는 작가도 있어. 아무리 지성과 정성을 다해서 써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개발새발 대충 쓴 것 같은데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있거든. 문운이야. 책마다 그 운이 다른거야.”
많은 책을 출간했지만 이름 있는 작가처럼 대박난 책은 없다. 스스로 노력을 다했다고 하지만 아마도 선생님이 말하는 문운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 한번쯤은 나도 정말 베스트셀러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촛불은 끝없이 위로 불타오르고, 파도는 솟았다가도 끝없이 하락하지. 촛불과 파도 앞에서 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
이 구절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촛불과 파도가 만나는 것처럼 수직과 수평의 반복이라 생각한다. 촛불처럼 끝없이 불타오르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다. 솟았던 파도가 가라앉는 점이 죽음이라 생각한다. 촛불과 파도의 반복처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오랜만에 모든 페이지를 정독했다. 어느 한 구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죽음을 앞두고 이어령 선생님이 평생을 사색하고 고민했던 인생의 철학이 모두 담겨 있는 책이다. 에필로그를 읽고 나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인생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한번씩 꺼내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시 한번 선생님의 명복을 빌면서 지금 인생이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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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글쓰기> 책 한번 읽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