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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딩동댕입니다

by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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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부고소식


이제 여름이다. 날씨가 부쩍 더워졌다. 겨우 출근해서 회사 자리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리는 중이었다. 업무 자료 조사를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속보’가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자세히 봤더니 우리 시대 영원한 MC 송해의 별세 소식이었다. 전날까지 지병이 있다거나 어디 편찮으시다는 이야기가 없었는데,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좀 놀랐다. 갑작스런 부고 소식이 전달된 것이다.

더 자세하게 뉴스를 읽어보니 이미 올해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34년간 진행하던 <전국노래자랑>을 하차했다. 지난 달 진행 세계 신기록 보유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자리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보이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자신의 나빠진 건강 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그가 살아온 흔적이 바로 한국 근현대사


만 95세의 나이로 장수한 그는 1927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젊은 시절 6·25 전쟁을 직접 겪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새마을 운동과 함께 시작된 경제 발전 시대부터 지금의 선진국 대열을 눈 앞에 둔 한국 근현대사를 모두 직접 겪었다. 그 자신도 연극무대에서 시작하여 코미디언으로 방송국에 입성한 후 지금까지 MC로 활동하였다.


특히 1남 2년 중 하나뿐인 아들이 21세의 나이로 사고로 죽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시름을 잊기 위해 60대 초반에 시작한 프로그램이 바로 <전국노래자랑>이었다.


* 내 인생은 땡도 많았지만 딩동댕이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그는 전국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전국에 있는 모든 시민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그에게 나보다 더 부자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회장의 말에 송해 선생님은 화를 냈지만, 나보다 만난 사람이 더 많아서 사람을 많이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는 해명에 절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전국노래자랑에 나오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을 다했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철저하게 망가지기도 하고 같이 춤도 추면서 노래도 했다. 그런 그의 진심어린 모습에 모두 웃고 울었다.


어떤 인터뷰에서 그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물었다. 송해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 나이까지 이렇게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앞만 보면서 달려왔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많아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요. 전국노래자랑에 수없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노래가 끝나면 두 가지 결과가 나옵니다. ‘땡’과 ‘딩동댕’입니다. 딩동댕이 나오면 정말 좋지요. 그러나 땡이 나와도 실망하지 마세요. 땡을 받더라도 끝난 게 아닙니다. 계속 땡을 받아도 딩동댕이 나올 때까지 노력하면 됩니다. 제 인생이 그랬습니다. 땡이 많았지만 그래도 뒤돌아보면 이 정도면 딩동댕이네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비유하여 이렇게 절묘하게 자신의 인생을 표현할 수 있을까? 몇 번을 읽었다. 성공과 실패를 “딩동댕”과 “땡”에 비유하여 실패가 많아도 성공할 때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을 다하는 것이 멋진 인생을 사는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싶다던 그는 올해 하차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지금 자신의 인생이 계속 “땡”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송해 선생님의 말씀대로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자. 언젠가는 “딩동댕”이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나도 내 인생의 딩동댕이 되는 순간을 위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삼가 고인이 된 선생님의 명복을 같이 빈다. 천국에서 마음껏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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