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Apr 11. 2018

[에세이] 오픈 하우스? 클로즈 하우스!

대학시절 ‘오픈 하우스’란 행사가 있었다. 기숙사가 남녀 각각 따로 생활하다 보니 각자 기숙사 안에는 구경할 기회가 없었다. 일년에 한번 중간고사가 끝난 5월초에 오픈하우스 행사를 열어 각자 생활하고 있는 기숙사 내부를 공개하는 행사였다. 
     
신입생 시절 나는 집에서 통학하느라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 오픈 하우스 행사날 아침부터 학교에 갔다. 기숙사를 쓰는 친구들은 행사준비에 한창 바쁜 상태다. 남자 동기들 방은 평상시에도 들락날락하다보니 궁금하지않았다. 남자 동기들은 여자 동기들 방이 궁금했고, 반대로 여자 동기들은 남자 동기들이 어떻게 쓰고 있는지 늘 물어보곤 했었다. 
     
각 기숙사가 개방하는 시간이 있었고, 정확하진 않지만 2시간 정도를 내부를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끝나는 시간에 나오면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일단 남자 동기들 몇 명과 여자 동기들이 쓰는 기숙사 내부로 안내를 받으며 들어갔다. 태어나서 여자방은 처음 구경해보았다. (물론 여동생이 있었지만 가족은 제외하는 것으로 한다!)
     
역시 책상위에 인형도 있는등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동기 한명은 좋아하던 여자 동기방에 선물도 놓고, 같이 이야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음식을 나눠먹고 있는데, 갑자기 배에 신호가 온다. 뭘 잘못 먹었는지 화장실로 뛰어야 했다. 그런데 남자 기숙사까지 가려면 너무 멀었다. 일단 양해를 구하고 급한대로 여자 기숙사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볼일을 보는데... 배가 너무 아팠다. 한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인한 장염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심했다. 그날도 여자 기숙사를 보는 것에 긴장을 했는지 무얼 먹으면 바로 신호가 왔다. 큰일이다. 이러면 최소 30분 이상은 화장실에 있어야 하는데... 그냥 지금은 몸이 급하니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씨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웅성웅성 큰 소리가 난다. 친구들이 나가는 소린가 보다. 그리고 오픈 하우스 마감 시간이 되었다고 방송이 나온다. 아직 화장실에 안에 있는데, 큰일났다. 그런데 중간에 나가면 더 큰일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끝까지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모르는 여대생분이 화장실로 들어왔다. 
     
“아!! 뭐하는 거에요?”
“아..그런게 아니구요.. 제가 오픈 하우스 때 들어왔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에 왔다가 시간이 끝났는데 못 나갔어요..”
“네?....”
     
그녀도 어이가 없는지 웃었다. 갑자기 온 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여자 기숙사 정문까지 돌진했다. 앞에 경비 아저씨가 부른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겨우 밖으로 나왔다. 하마터면 이상한 X로 몰릴 뻔한 아찔한 경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한 회사의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