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 전에 동기와 저녁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
내가 먼저 그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이제 우리도 40이 넘었고, 언제까지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 혹시 따로 계획하는 것이 있냐?”
“없다.”
그는 한마디만 남긴채 아무말 없이 맥주잔만 들이켰다. 동기의 대답이 너무 성의가 없다고 판단이 된 나는 답답해서 다시 물었다.
“내가 지금 책을 쓰고 다른 것을 준비하기 위해 알아보는 건 내 미래를 준비하는 거야. 그런데 너는 없다고 하는데 내일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이 되면 어떡할건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뭘 벌써부터 걱정하냐. 나는 지금 내 일 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미래는 준비를 해야지. 지금 당장 하는 일에 머리 아프다고 준비 안할거냐?”
“너는 왜 자꾸 니 방식만 고집하냐. 나는 지금 이대로 사는 게 편해. 미래는 그때가서 다시 준비하면 되지. 왜 자꾸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야?”
할 말이 없었다. 맞다. 사람 개개인이 다 성향이 틀리고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을 깜빡 잊었다. 생각과 고민이 많은 나는 늘 지금까지 살면서 추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예상이 되면 미리 대비하기 위해 방법을 찾았다. 혼자 벌써부터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감정이 동요되어 성급하게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동기는 그냥 태연하게 문제가 발생하면 그 순간부터 대처하기 시작했다. 감정의 동요도 별로 없는 친구다.
며칠 전 아내와 잠깐 언쟁이 있었다. 나름대로 직장일을 하면서 가족을 챙긴다고 하면서도 내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모임과 글쓰기등을 시간나는대로 틈틈이 해왔던 내 모습에 아내에겐 좀 못마땅하게 보였나 보다. 또 모임이 있으면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여 가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에게 아내가 심각하게 이런 말을 했다.
“책을 써서 잘 되는 것이 과연 우리 가족을 위한 건지 아니면 당신 자신을 위한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책을 쓰고 모임에 가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가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실수하는 당신이 책에서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웃기지 않을까? 나는 아이들의 아빠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매일 24시간 아이 둘을 보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어. ”
뭔가 뒤통수를 맞았던 느낌이다. 내가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삶을 준비하는 것은 추후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인, 남편 역할도 하면서 내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내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한 적은 없지만 그것을 좀 알아달라고 아내에게 오히려 희생을 강요한 건 아닌가 싶었다. 아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엄마 역할이 더 중요하니 육아에 더 집중하고 있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재의 직장일에 집중하면서 그냥 일어나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를 편하게 지내는 동기의 삶의 방식이나 아이들의 육아에 집중하고 있는 아내의 삶의 방식과 그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는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나의 삶의 방식. 과연 무엇이 맞는 삶의 방식일까?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의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또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조금씩은 다 다를 것이다. 인생의 정답은 없다. 다만 각자 판단하여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대로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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