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역 근처에서 들렀던 분식집에서 김밥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젊은 남녀가 이야기 중인데, 우는 여자를 남자가 달래고 있었다.
“오빠.. 나 이번에 공무원 시험 또 떨어진 것 같아..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엉엉엉...”
“괜찮아. 다시 시험준비 하면 되지. 힘내...”
“아니.. 이제 자신이 없어. 또 떨어질까 두려워.. 이제 그만둘까? 엉엉엉”
남자는 울고 있는 여자에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다.
내가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아마도 공무원 시험을 몇 번 준비하다 또 떨어진 여자친구가 너무 상심이 크고 힘든 나머지 남자친구가 그녀를 위로해주는 형국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서럽게 눈물을 흘릴까 할텐데, 지난 기억을 떠올려보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6년전 겨울 해고당하던 그날 집 앞 전봇대에서 정말 너무 힘들었는지 한순간에 무너져 내 인생에 아마도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한번 터진 눈물이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희한하게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서 감정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전에 담담하게 참고 있을때는 몰랐지만, 속으로는 정말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지 모른다.
위에 그녀도 시험에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부터 울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저렇게 서럽게 울 정도면 자기의 모든 감정이 무너지고 북받치는 최고점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도 그만두는 날 직장에서 짐을 싸고 동료들과 헤어질때도 담담했는데, 바로 집 앞에서 그 모든 것들이 무너지니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남자친구 앞에서 울던 그녀도 조금은 털어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으라고만 한다. 물론 힘들다고 계속 티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힘들 때 한번쯤은 울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는 힘들고 슬픈데 자꾸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미 자기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억지로 웃으라고 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억지로 웃는 습관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냥 솔직하게 ‘나 지금 힘들어!!’라고 표출하고 우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더 좋다. 슬프고 힘들때는 울고, 기쁠 때는 웃고...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키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을 읽고 힘들고 지친 여러분이 계시다면 딱 한번쯤은 자기에게 이렇게 외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괜찮아! 한번쯤 힘들 때 울어도 돼’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느낌으로 힘들 때 마음껏 울 수 있는 감성도 가져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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