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

by 황상열

* 야, 나가!


10년전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몇 개월 방황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다시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현실적으로 일은 또 해야 했기에 바로 구직사이트에 들어가 다른 회사를 찾아다녔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책임은 다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작은 도시계획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5번째로 다니게 된 직장이었다.


다시 열심히 일하자고 마음을 다잡고 첫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좀 이상했다. 부서 안에 전무이사 한 사람만 있고, 다른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 인사를 하고,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경력직으로 입사했기에 바로 업무 파악을 해서 일을 해야 했다. 인수인계를 정확하게 받지 않다 보니 기존 인허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부터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혼자 찾아가며 파악했다. 바로 윗상사가 그 전무이사라고 했다. 그런데 업무를 물어봐도 아는 것이 없었다.


2~3일 정도 파악하니 어떻게 돌아갔는지 확인이 되었다. 나름대로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전무이사에게 보고하러 갔다. 보고는 많이 했었기에 하던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1분 정도 파악한 내용을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잠깐 하더니 말을 끊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상황이지 당황했다. 아직 전무이사 라는 사람을 파악을 못한 상태라서 그랬던 것 같다.


보고 전 프린트한 보고서를 주었다. 보고서 내 써 있는 내용을 한참 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랐다. 내용이 잘못되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게 아니었다. 보고서 폰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집어 던졌다. 다시 바꾸어 출력해서 가져오라고. 그때서야 알았다. 기존 직원들이 왜 다 나갔는지. 상사가 다시 해오라해서 어떤 글씨체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고, 다시 고쳐서 가져다 주었다.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면서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또 듣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때부터 2시간 동안 나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면서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혼자 감정에 북받쳐서 열변을 토했다. 너는 이게 문제다. 이렇게 해서 일을 할 수 있겠냐 등등. 전무이사 방을 나오니 온 몸이 후들거렸다. 첫 날이라 좀 부족해서 혼났다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도가 지나쳤다. 한 달이 지나자 그의 비판과 잔소리에 있던 자신감마저 사라졌다. 업무를 하면서 실수가 잦아졌다.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내가 쓸모있는 존재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출장갔다 돌아와서 다시 자리에 앉은 나를 전무이사가 부른다.

“야. 나가!”


잘못한 것도 없고 출장일도 잘 마치고 왔는데 어이가 없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나가라고 하시는 겁니까?”

인정.jpg

*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은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줄 때만큼 열정이나 자신감이 소위 “뿜뿜”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업무적으로 상사가 잘하고 있다는 한마디만 들어도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사이도 서로 배우자가 하는 일에 대해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면 더 잘하게 된다. 그건 인간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한다. 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아니지 아닐까 한다.


자기 보다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비난하고 괴롭힌다.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스라이팅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의 장점을 보고 인정해 주면 그만인 것을. 결국 나는 다시 힘을 내서 들어간 다섯 번째 회사를 두 달만에 그만두었다. 매일 2시간 동안 그 전무이사의 비난을 듣고 나오면 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우선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나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고 인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러지 못한 적이 많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장점만 보면서 그것을 인정하는 연습을 해보고자 한다. “지위가 높든 낮든 모든 사람은 비난보다 인정을 받을 때 더욱 노력하고 훌륭한 성과를 거둔다.”라는 찰스 슈압의 말처럼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점만 보고 인정해 주는 것은 어떨까?

인정2.jpg

#인간의가장기본적인본성 #본성 #인정 #칭찬 #글쓰기 #글 #삶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책 10만권을 팔 수 있는 홍보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