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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뒤에만 숨을 건가요?

by 황상열

* 회피하다 망가졌다


“또 어디가는데?”

신혼 초 아내와 싸우면 말을 하고 그냥 밖으로 나가버렸다. 막상 밖으로 나가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 당시 살던 신혼집이 석촌동이었다.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거나 동네 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 당시 즐겨했던 게임이 피파 온라인이다. 미친 듯이 축구게임을 1~2시간 하고 집에 들어가면 여전히 아내는 화가 나 있다. 왜 싸웠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을 하라는데, 어차피 말싸움을 해봐야 더 상황만 나빠질 것 같아 피해버렸다. 몇 번 그런 상황이 반복되자 아내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행동이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냥 그 상황만 피하면 편하다고 생각하여 회피했다. 계속 회피가 반복되다 보니 근본적인 원인은 없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또 같은 문제가 생기고, 그게 원인이 되어 다시 싸우게 되었다. 잔소리가 듣기 싫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도망치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였다. 월급이 밀리고 발주처와 지자체의 갑질, 상사의 폭언 등을 견디지 못해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30대 후반까지 어디 하나에 정착하지 못했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도망만 다녔다. 회피만 하다가 인생 전체가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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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뒤에만 숨을 건가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인공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사람들은 깨달아야 해요. 삶에는 많은 것들이 어렵습니다. 스스로에게 한번 질문해 보세요. 인생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항상 뒤에서 숨을 건가요? 아니면 상관없이 그것을 뚫고 나갈 것인가요? 저는 후자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뚫고 나가면서 제 자신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성공비결이에요.”

간결하지만 참으로 큰 의미가 담겨 있다. 도망만 치다가 인생의 실패자가 되었다.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면돌파하여 해결하면 되는 일을 크게 만들었다. 그게 계속 쌓이다가 결국 한꺼번에 터졌다. 이미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속 뒤에만 숨다가 수렁에 빠졌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었다. 그동안 회피하고 외면했던 내 인생의 문제를 하나씩 정면으로 마주했다. 하나씩 해결해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해결을 위해서 선택한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 매일 책을 읽고 하나씩 적용했다. 글을 쓰면서 내 감정과 마음을 다스렸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내 삶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정면돌파 할 생각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말씀하신 구절이 기억난다. 무엇이든 문제의 본질을 보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면 모든 게 잘 풀린다고. 이제야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여전히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뒤로 숨고 회피만 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장 그만두고 정면으로 마주하자. 모든 것이 처음에만 두렵다.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상황을 뚫고 나아간다면 더 이상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언제나 자신의 인생에 정면승부를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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