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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

by 황상열

몇 달 전 오랜만에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들 중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있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 만에 만났다. 군대 가기 전 한때 잘 지냈던 동기들이다. 다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벌써 중년의 나이가 되어 해후했다. 정말 간만에 봤는데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여러 질문을 했다. 그들 중 두 명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했다.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나 지금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면 웃고 있지만, 그 사고 순간 당시에는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지 듣는 나도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한 친구는 회사에서 해외출장을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헬기를 타지 않았다. 그런데 그 헬기가 추락해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마 그 친구가 그 헬기를 탔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한동안 심리치료를 받느라 힘들었고, 그 사건 이후로 삶의 자세가 바뀌었다고 했다. 성공과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게 목숨을 잃고 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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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친구는 아시아 인근 나라에서 근무하던 시절 갑작스런 대지진이 발생하여 온 도시가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 여진이 느껴질 때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점점 강도가 세지더니 건물이 무너지고 대피하기 시작했을 때 심각하다고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지진을 피해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죽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진이 멈추고 살아있는 자신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아직 재난이나 사고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지만, 듣는 내내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것보다 먼저 들었던 생각은 죽음은 언제나 내 가까이에 있다 라는 점이다.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한 시간 뒤 아니 1분 후에 일어날 일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나도 인생에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기 위해 오늘도 살고 있다. 여전히 죽음이 멀리 있고, 그렇게 얻은 부나 명예가 영원할 줄 알고 착각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지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지고 있는 것들은 원래 내 것이 아니다. 잠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에 내가 잠시 빌려서 보관하고 있는 아닐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오면서 착잡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살아있는 동안에 내 삶 자체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다 좋다. 하지만 내가 죽으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좀 더 남을 돕고 이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소명을 다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지금 내 인생에 무엇이 중요한지 한번 돌아보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누리고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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