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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by 황상열

지난 8월 9일 서울 하늘에 구멍이 났는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그 여파로 서울 강남 일대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도로와 지하철역 등이 침수되었다. 갑작스런 많은 비로 인해 사람들은 당황했다. 도로 위로 물이 들어오자 잘 주행하던 차들은 멈추게 되었다. 빌딩 주차장으로 물이 들어닥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물이 무릎까지 차오르자 우왕좌앙 하면서 서둘러 자신의 집을 향했다. 나도 볼일이 있어 늦게 집에 가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무사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11일 수요일 직장에서 일을 하던 중이다. 띵동! 문자가 울렸다. 또 스팸 메시지인 줄 알고 지우려 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고 폰을 떨어뜨렸다. 부고소식이었다. 친하진 않지만 예전 모임에서 알고 지낸 지인이 죽었다는 메시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장례식장에 오지 말라는 당부의 문자가 있어 가보지 못했다. 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지인도 소식을 받고 많이 놀란 듯 했다. 사인이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저께 폭우로 인해 실종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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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일대에서 폭우로 인해 실종된 사람들이 몇 명 있다고 들었다. 그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놀랐다. 참으로 억울한 죽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많은 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가 이틀이 지나 주검으로 발견된 소식을 들었던 유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한번 죽음과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지인도 참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했다. 자신감이 넘치고 사람들에게 잘 베풀었다. 다혈질이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잔정이 많았다. 이직을 하고 나서 자주 보지 못했지만 호탕한 성격의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했다.


그런 그가 자신이 그 폭우로 인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전혀 몰랐을 것이다. 아마 죽는 순간까지 살고 싶어 빠져 나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텐데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체념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애처로운 감정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은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자신은 오래 산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죽는 모습을 보거나 자신이 죽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죽음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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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30대부터 지금까지 친했던 후배와 선배들이 사고, 심장마비 등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소식을 몇 번 접했다. 나 자신도 갑자기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또 인생이 너무나 허망했다. 정말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사람들인데, 한 순간의 재로 변하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인생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인문학과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생각을 글로 썼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처럼 사람은 항상 자신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인지하고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삶과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 당장 세상을 떠나도 자신의 인생에 후회가 없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 죽을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모른다. 90세 내 생일이 지나 자다가 편하게 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늘 상상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항상 죽음을 기억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내 삶에 충실하고자 한다. 죽는 날까지 읽고 쓰는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파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면서 부디 남아있는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지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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