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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이란?

by 황상열

30대 시절 술자리에서 지인인지 친구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질문을 던졌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집중했다. 그만큼 그 질문의 임팩트가 컸는지 각자 시끌벅적하던 그 테이블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질문은 이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이 무엇일까? 자신의 기준에서.”


과연 내 기준에서 무엇인지 한번 고민하기 시작했다. 술도 몇 잔 먹은 상태다 보니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무엇이 어렵고 쉬운지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네게스가 천문학자 탈레스에게 이 질문을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해진다.


'자신을 아는 일이 가장 어렵고,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는 일이 가장 쉽다.‘


갈팡질팡하던 순간 탈레스의 대답이 떠올랐다. 정말 그 시절이나 지금의 나에게도 가장 현명한 답이었다. 여전히 인생에서 나를 아는 일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타인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성공한다고 꼰대처럼 충고하는 것은 아주 쉽다. 그 사람의 입장도 되어 보지 못하고 전후사정도 모르는 데 라떼를 시전하는 일은 정말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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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돌아가면서 생각한 답을 이야기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돈을 많이 모으기, 회사 사장이 되기 등이다. 정말 자신이 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이야기했다. 가장 쉬운 일은 한 번도 안깨고 잘 자기, 아이들과 잘 놀아주기, 자전거 타기 등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차례가 되었다. 탈레스의 대답을 말하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뭔가 다운시키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나다. 갑자기 무슨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냐고 다들 핀잔이다. 거기에 나는 또 찬물을 끼얹었다. 진지하게 왜 그런 답을 했는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듣다가 한 지인이 그만 이야기하라고 소리쳤다. 너 때문에 산통 다 깨졌다고!


사실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어려운 일과 쉬운 일은 찾아보면 많다. 그 중에 가장 어렵고 쉬운 것을 하나씩 꼽으라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도 다시 나에게 물어본다면 위 대답과 똑같이 말할 듯 하다.

그 이유는 마흔 중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를 아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또 친구나 지인, 후배들에게 쉽게 충고를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 자신도 아직 모르는데, 타인에게는 왜 그리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 하는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번 생각해보자.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쉬운 일이 무엇인지. 탈레스의 말처럼 나 자신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욕하고 충고하고 있지 않은지. 여전히 인생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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