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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by 황상열

지금도 가끔 거리에 나가보면 많은 피자가게들이 있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자주 가던 피자가게가 있었다. 가게 이름은 “성신제 피자”였다. 우리나라 외식업계에 ‘피자헛’이라는 새로운 메뉴를 알린 성신제 대표는 실패의 아이콘이다. 전국에 50여개 매장이 생길 정도로 성공했지만, 갑작스런 글로벌 프랜차이즈 경영권을 미국에 빼앗겼다.


아직 젊은 나이라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었던 “성신제 피자”도 30여개의 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여러 후발주자들에게 따라 잡히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그의 표현대로 쫄딱 망했다. 그러다가 여러 사업을 다시 전전하면서 극복했지만, 2018년 집에서 넘어져 뇌를 다쳤다. 뇌수술을 해야 하는데, 70대 노인의 몸으로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히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수술이 잘 끝나서 그는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의 실패를 했냐는 질문에 그는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한다. 다시 세상에 나온 그는 이제 후배들에게 자신의 실패 경험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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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이후 피폐하고 가난한 나라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저도 그 기성세대 중 한명이구요. 어떻게든 뒤처지지 않기 위해 타인을 밟고 밀었습니다. 그들이 쓰러져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계속 쌓이다 보니 부자와 가난의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낙오자라는 딱지가 붙었구요. 스스로 실패자라고 규정짓고 삶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실패의 연속입니다. 저처럼 말이죠. 실패를 꼭 나쁘게만 보지 말았으면 해요. 실패할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100명중 1등만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여전히 2등이나 3등을 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 뒤에 있는 99명은 실패자라고 규정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혀 뭔가를 열심히 해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특히 요새 2030세대들이 이런 어려운 사회에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실패자라고 규정하는 그들의 모든 욕구는 돈을 버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아직 실패 경험이 많지 않는 그들은 한 두 번 실패하면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까지 한다.


나도 그랬다.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었다. 2030 시절에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힘든 친구나 지인들을 외면한 적도 많다. 그러다가 10년전 내가 완벽한 실패자가 되었다. 세상을 살고 싶지 않았다. 죽고만 싶었다. 술만 마시고 사람들을 피해다녔다. 세상 사람들 모두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런 상황인지 울부짖었다.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그 시절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아이도 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참 이기적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힘들면 계속 걷거나 산에 올라갔다. 인생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돌아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일상에서 작은 실수나 실패도 했다. 어느 중요한 시기에 했던 잘못된 큰 경험들만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 실패 속에서 방향을 수정하고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또 한번의 내 실패한 인생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내 인생의 실패는 진행형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 그 실패 하나로 자신 인생 전체가 실패했다고 볼 수 없다. 실패했다면 다시 시도하고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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