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참 비디오 게임에 빠진 적이 있다. 혼자 하는 롤플레잉,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을 주로 즐겨했다. 가끔 친구들과 스포츠나 액션 장르의 게임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야구 게임을 주로 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리그 팀을 골라서 내기를 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9회말까지 나는 단 1점도 내지 못했는데, 친구는 벌써 3점을 앞서고 있다. 이제 9회말 마지막 내 차례 공격만 남았다. 3-0 이란 스코어를 뒤집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타자 순서는 3번부터 시작이었다. 친구는 그 팀에서 가장 밸런스가 좋은 투수로 교체했다. 워낙 컨트롤 능력도 좋아서 빨리 게임을 끝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조작이 잘 되었는지 3번과 4번 타자가 진루에 성공했다. 5번 타자는 뜬 공으로 아웃되었다. 원아웃이다. 6번 타자는 풀카운트 끝에 안타에 성공하여 1사 만루가 되었다. 7번 타자는 삼진을 당했다. 2사 만루의 상황이다. 만루 홈런 하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친구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대타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하고 대타로 교체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친구는 변화구를 던지기 위해 패드의 버튼을 조작했다. 나는 놓치지 않기 위해 방향키와 버튼을 동시에 공이 오는 타이밍에 맞춰 눌렀다. 몇 초가 흐른 뒤 정적이 흘렀다. 친구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패드를 던져버렸다. 화면에는 <Home Run> 이라 큰 글씨가 떴다. 9회말 2아웃에서 나는 경기를 뒤집었다. 비록 비디오 게임이었지만, 역전하여 이긴 그 기분은 정말 짜릿했다.
‘9회말 2아웃’ 이란 말은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도 많이 비유한다. 계속 일이 문제가 생겨 수세에 몰리다가 갑자기 어떤 계기로 인해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9회말 2아웃’이란 말을 자주 쓴다. 가끔 지인이나 친구들이 아직도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요새 책 출간해도 돈도 안되는데 왜 계속 쓰냐고 다시 질문한다. 나는 그들에게 다시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책을 내도 안 팔린다. 여전히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 되었다. 평생동안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어서다. 계속 쓰다 보니 죽기 전에 필생의 역작을 남기고 싶은 꿈도 생겼다. 지금은 비록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해도 많이 알아주지 않는 무명작가지만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 한번쯤은 남들이 봐도 멋진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날은 오지 않겠냐고?”
언제든지 공 하나로 게임이 끝날 수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인생에서 역전할 기회는 온다고 믿고 있다. 지금 나의 타석은 5회초 선두타자 정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타석이 많이 있기에 계속 배트를 휘두를 것이다. 계속 아웃되어 9회말까지 가더라도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홈런을 칠때까지 나의 글쓰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힘든 인생을 지나고 있다해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그게 9회말 2아웃이라 해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면 언제든지 역전할 수 있으니까.